오스트리아 프로축구리그는 이름은 분데스리가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와는 차이가 크다. 리그 역사는 50년도 채 되지 않고 팀도 K리그(12개)보다 적은 10개다. 최근 5시즌 동안의 유럽대항전 성적을 토대로 한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에서 오스트리아는 지난 시즌까지 15위였다. 오스트리아리그 4연패를 자랑하는 잘츠부르크의 유럽 내 순위도 32위에 불과하다.
그런 잘츠부르크가 올 시즌 유럽대항전에서 ‘유럽 변방’ 오스트리아리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주축 공격수 황희찬(22)이 단단히 한몫했다.
잘츠부르크는 13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UEFA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홈경기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의 라치오에 4대1의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 원정 2대4 패배를 딛고 합계 6대5로 뒤집은 것이다. 잘츠부르크의 유로파 4강 진출은 창단 후 처음. 유로파 전신인 UEFA컵에서 지난 1994년에 준우승하기도 했지만 유로파로 바뀐 뒤로는 최고 성적이다. 유로파는 챔피언스리그에 버금가는 유럽대항전이다. 잘츠부르크는 4강(오는 27일 1차전)에서 마르세유(프랑스)를 만난다. 조별리그를 같은 조로 치른 익숙한 상대. 1승1무를 거둔 터라 자신감도 있다. 결승까지 내달리면 아스널(잉글랜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전 승자와 우승을 다툰다.
8강 1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던 ‘황소’ 황희찬은 4-4-2 전형의 투톱을 맡았다. 2대1로 앞선 후반 29분, 왼쪽에 있던 황희찬은 미드필드의 동료와 눈을 맞춘 뒤 오프사이드를 피해 절묘하게 빠져 들어갔다. 겨우 연결된 스루패스를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수비에 살짝 굴절된 공은 가까운 쪽 골대를 비집고 들어갔다. 3대1로 합산 스코어 5대5.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잘츠부르크가 진출하는 상황이 됐다. 2분 뒤 슈테판 라이너의 골로 4대1이 되면서 잘츠부르크는 4강에 쐐기를 박았다. 잘츠부르크는 후반 10분에 선제골을 내준 직후부터 20분간 네 골을 몰아넣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올 시즌 세리에A 3위의 빅리그 전통 강호를 무릎 꿇렸다.
44일 만의 득점이자 시즌 12호 골을 포함, 79분간 활약한 황희찬은 7.9점(후스코어드닷컴)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앞서 잘츠부르크는 32강에서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를, 16강에서 독일 명문 도르트문트를 차례로 격파했는데 이 과정에서 황희찬은 두 차례 페널티킥 유도로 힘을 보탰다.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가 빛을 발했다.
챔스 4강 대진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바이에른 뮌헨(독일), 리버풀(잉글랜드)-AS로마(이탈리아)로 결정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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