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부드럽게 여성을 죽이는 법]은밀하게 교묘하게...광고에 뒤틀린 여성像

■진 킬본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여자는 날씬해야 사랑받는다'

순종·의존적 이미지 세뇌시키고

페미니즘·女 반항심까지 활용

남성 중심 젠더 권력 학습시킨

광고의 성차별적 민낯 파헤쳐





광고는 인간의 내밀한 본능을 가장 세련된 방법 중 하나인 은유로 표현해 유혹하고 설득하고 마침내는 내면화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마치 필수품인 듯 사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악의 유혹’처럼 속삭이는 광고카피 문구와 이미지로 여성상은 물론 사회적 매너까지 학습하게 된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면 광고는 그동안 여성들이 학습당했던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상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심지어 광고는 페미니즘과 여성의 반항심을 교묘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영악함까지 발휘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에 중독시킨다고 이 책 ‘부드럽게 여성을 죽이는 법’은 주장한다.

2015년 전미 여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한 교육학자 진 킬본이 쓴 이 책은 이렇게 광고와 페미니즘을 선구적으로 파헤친다. 방대한 분량이 지겹지 않을 정도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맞네’ ‘그렇지’라는 동의가 절로 나오는가 하면 우리의 은밀한 욕망의 ‘민낯’과도 만나게 돼 심사가 복잡해진다.

책에 따르면 우선 광고 속 여성의 이미지엔 젠더 권력 그 자체가 투영돼 남성중심의 젠더 권력을 은밀하게 가르치고, 확대 재생산하며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이 메커니즘은 상당히 교묘하다. 예컨대 극히 일부 문화권과 사회를 제외하고 뚱뚱한 것은 죄에 가까울 정도인데, 이처럼 늘상 날씬함을 강조하는 풍토에는 여성을 깎아내리는 의도가 숨어있다. 여성의 권리가 확대될 때마다 남성들은 자신의 자리를 여성들에게 빼앗길까 두려워하며 마른 여성을 선호하는 심리를 드러냈고 이것이 어김없이 광고를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광고는 여성에게 날씬한 상태를 유지해 남성에게 사랑받을 것을 주입하는 한편 다이어트에는 천적인 아이스크림과 콜라 등 탄산음료를 권한다. 일부 문화권과 사회를 제외하고 뚱뚱함은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여성들은 일 년 내내 다이어트 압박에 시달리지만, 또 달콤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이미지에 설득당해 ‘다이어트의 적들’에게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이렇게 광고가 젠더 권력과 결합해 여성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면서 월급의 대부분을 외모 가꾸기에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어 씁쓸해질 것이다.

광고 속 이미지는 젠더 권력을 내면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술병을 몸매 좋은 여성으로 의인화하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낚싯줄을 팔기 위해 여성의 가슴을 클로즈업하기도 하며, 술 광고에 여성의 허벅지를 이용하는 예는 매우 흔하다. 이런 이미지는 ‘여성의 이미지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된다. 과거 신디 크로포드가 출연했던 펩시 콜라 광고에서는 10대 초반의 어린 남자아이 둘이 그녀에게 음란한 내용의 농담을 하지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같은 연령대의 여자아이 둘이 신디 크로포드 정도의 나이의 남성에게 야한 농담을 하며 소위 말하는 ‘작업’을 한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거부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이는 여성의 몸은 바라보고 평가하고 심지어 남성들의 소유물로 제멋대로 해도 되는 대상일 수 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자, 이러한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광고는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여성이 남성의 기호품인 담배를 피우고, 독한 술을 마시는 이미지의 광고는 어찌 보면 도전적인 여성상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성 모델은 매력적인 몸매와 순종적인 자세로 등장하곤 한다. 페미니즘마저 상업적 이용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여성은 이전 시대와 달리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다만 남성을 넘어서는 안된다’라는 메시지가 교묘하게 스며있는 것이다. 1만8,5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