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는 ‘평화선언’이 발표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역사의 방향을 바꿀 진전이 이뤄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중소기업계에서도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제2, 제3의 경제특구 조성이 거론되며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로 경영난에 내몰렸던 기업인들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의 공허한 존재감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중소기업계의 주요 현안인 만큼 중기부가 기업인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업계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로 승격되면 장관이 앞장서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장관은) 개성공단에 관심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기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폐업·해고·탈법 등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은 서민경제로 돈이 돌게 해 중소기업에도 혜택”이라며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에만 역량을 쏟았다.
그래서일까. 취임 5개월이 지났지만 일자리안정자금 홍보 외에 이렇다 할 홍 장관의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최저임금발(發) 선순환’만 강조하는 경제학자 출신 장관을 놓고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이들의 외침은 중기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일련의 환경 변화에 업계의 입장을 외면했다는 데서 오는 서운함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전담 부처로 기업경영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일거리가 없어 폐업까지 고민하는 중소기업에 돌파구는 무엇인지, 내년 이후로 예정된 최저임금 인상 국면에서 어떻게 충격파를 완화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구체적인 전략이 절실하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장관 주재로 매주 화요일 열리는 주간 간부회의는 지난 17일부터 ‘청년일자리·창업점검 회의’로 바뀌었다. 청년 일자리와 창업을 중점적으로 챙긴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든다. 중기부는 청년 일자리와 창업만 다루는 부처인가. 중기부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장, 중기부의 존재 이유인 중소·벤처기업은 장관의 관심 밖인가.
홍 장관이 간부회의를 주재할 때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집단지성’이다. 집단지성을 통해 창의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자는 뜻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영화 ‘머니볼’을 언급하며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 행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집단지성’ ‘오픈 이노베이션’ ‘과학 행정’ 등 장관의 입에서 나오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그러나 행정은 현장에 발을 딛고 귀를 열며 정책 수요자를 직시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평생 중소기업 정책을 고민하면서 경험을 쌓은 공무원과 연구원·중소기업인 등 전문가의 목소리부터 경청하자. 현장에 가서도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이 땅에서 사업하기가 힘든지, 왜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를 싫어하는지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자.
홍 장관이 한눈을 팔고 있는 ‘SNS 정치’는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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