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당일인 27일 북한군 최고수뇌부에게 거수경례를 받았다. 이는 양측이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은 적인 우리 군 통수권자에게 처음으로 경례를 한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양측이 특수한 관계임에도 군 고위급 간부가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한 것은 북한이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측은 정상회담에 참가할 공식수행원도 과거와 달리 남측 공식수행원과 격을 맞추는 등 대내외에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악수한 뒤 손을 맞잡고 북쪽 땅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회담이 열릴 남쪽 땅으로 돌아왔다. 이어 양측 정상은 의장대를 사열한 뒤 정상회담에 앞서 서로의 공식수행원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군복 차림으로 참석한 리명수 북한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문 대통령에게 각각 짧게 거수경례를 했다. 이들이 거수경례를 한 것은 정상국가의 군 최고수뇌부로서 정상회담 때 상대국 정상에게 예우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도 사전에 이 사실을 인지한 듯 불편한 기색 없이 리용호 외무상을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반면 우리 측의 정경두 합참의장은 김 위원장에게 거수경례를 하지 않고 악수만 했다. 남색 공군 정복 차림의 정 의장은 허리도 굽히지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꼿꼿한 모습을 유지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김 위원장과 악수할 때 허리를 굽히지는 않고 턱만 살짝 아래로 내리는 정도로 인사했다. 과거 지난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때도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은 거수경례를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정복 입은 군인은 실외에서 거수경례로 인사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각종 도발을 저질러온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명수는 북한 군사작전 지휘의 수장으로 비무장지대(DMZ) 비무장화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박영식은 우리 국방부에 해당하는 군 행정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사실상 남북 재래식무기 감축 및 DMZ 상호불가침 원칙을 수립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인사로 거론된다. 박영식과 리명수가 북측의 공식수행원으로 참여하면서 정상회담의 3대 의제 중 하나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군축 등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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