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결과 채택된 ‘판문점 선언’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방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남북 회담 합의문에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명시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NLL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북한은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 평화수역 논의에서 NLL을 거부한 바 있어 이번에도 NLL을 인정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판문점 선언문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 27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노동신문도 28일 선언문에 담긴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보도했다. 그동안 북한이 ‘해상경계선’ ‘서해 경비계선’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NLL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데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LL은 한국전쟁 정전 직후인 1953년 유엔사령부가 만든 해상경계선이다. 정전협정은 남북한 간 육상경계선만 설정했을 뿐 해양경계선을 설정하지 않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마크 클라크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은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개 도서와 북한 황해도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NLL을 설정했으나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이 실제로 NLL의 존재를 인정한 것인지는 앞으로 이어질 군사회담의 평화수역 논의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도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서해 평화수역 문제가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됐으나 북한은 NLL을 기준선으로 설정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이 제시한 기준선은 NLL보다 훨씬 남쪽인 ‘서해 경비계선’이었다. NLL 일대 평화수역 문제는 다음달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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