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이 43일 만에 또 개최된 가운데 중국이 일단 공식적으로는 “북미회담에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 기회를 잘 포착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의 해결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방향을 환영하고 대화로 풀어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환영하고 축하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에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고 북한이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기대하고 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번 기회를 잘 포착해 대화를 회복하고 정치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리 총리는 ‘차이나 패싱’ 시각을 의식한 듯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이 역할을 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선의와 성의를 가지고 있다”며 “한일 양국과 함께 지역의 안정을 수호하고 3자 발전을 촉진하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마땅한 기여를 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언론 발표문에서도 “항구적 평화를 위해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이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고 이 기회를 잘 활용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미국, 나아가 한국과도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그동안 중국은 경제·무역 등 여러 방면에서 북한을 ‘독점’해왔지만 비핵화에 따른 개혁개방 노선을 택하면 이 같은 독점이 남한·미국·일본 등에 의해 깨질 수 있다. 북한이라는 우군을 국경에 두고 있지만 향후 북한의 변화에 따라 큰 상황 변화를 겪게 될 수 있다. 미국은 비핵화 ‘속도전’을 강조하고 우리도 동조하는 분위기지만 중국은 점진적인 해법을 고수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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