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 지난 2년간 인질로 잡혀 있던 미국인 부부가 석방돼 모국으로 돌아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재선 성공과 미국의 베네수엘라 추가 경제제재 직후 갑작스럽게 단행된 이번 석방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마두로 정권 간에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백악관에 조슈아 홀트(26)를 초청해 그의 석방을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홀트에게 “당신은 대부분이 견디기 힘들 일들을 견뎌냈다”고 격려했으며 홀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여러분의 노고에 감동했다”며 “지난 2년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홀트가 오늘 저녁 그의 가족과 함께 백악관에 올 것이다. 위대한 유타 주민들은 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그의 석방 사실을 알린 바 있다.
홀트와 그의 부인 타마라 칸델로는 2016년 여름 베네수엘라에 여행을 갔다가 수감됐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홀트 부부가 무기를 소지하고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려는 음모에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의 이번 석방은 미 행정부가 20일 마두로 정부의 돈줄을 옥죄는 추가 금융제재를 단행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제재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선제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정보장관은 “홀트의 석방은 미국과의 외교를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감한 시기에 갑작스레 석방이 이뤄지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과 정치적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홀트 석방의 대가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제공한 것은 전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거래설’을 의식한 듯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홀트의 귀국 소식을 전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민주주의가 돌아올 때까지 제재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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