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6월 12일 빅딜이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이날 사인(sign·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며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예방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12일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며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비핵화 논의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닌 시작이라고 암시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회담이) 한 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한 번에 (합의가)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면서도 “결국에는 매우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회담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번, 세 번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보장 ‘빅딜’에 대해 대체적으로 합의를 봤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여전히 이견이 있고, 이것이 합의가 안 됐다고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무산시킬 게 아니라 일단 만나서 이견이 없는 것이라도 합의를 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김 부위원장을 만난 후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많은 일이 남아 있다”며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6·12 싱가포르 회담 확인과 추가 회담 예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그동안의 제안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 서한을 김 위원장에게 보내자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비핵화의 길이 어렵지만 일단 정상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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