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와 송파구에서 재건축 일반 단지 모두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강남 지역이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시장 전문기관들이 분석하는 강남 주택시장의 현주소다. 정부의 집중 견제를 이기지 못한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강남 부동산 신화’가 깨지는 신호탄을 울렸다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과 일선 중개업소에서도 강남 재건축은 당분간 재상승할 여지가 없다고 내다본다. 반등의 계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큰 이유다. 하지만 규제 집중포화에 따른 잔파도는 있어도 교육과 교통 등 인프라가 갖춰진 강남 부동산 프리미엄은 부동(不動)의 위치를 견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재건축 거품이 꺼지는 와중에도 신축 아파트 및 분양권 강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점은 실수요는 건재하다는 방증이다.
◇얼어붙은 강남 재건축…당분간 반등도 힘들어=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은 크게 움츠러들었다. 4월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 후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데다 재건축 부담금(재초환)이 현실화될 기미가 보이자 수요자의 관심은 뚝 끊겼다. 특히 강남구의 ‘은마’, 서초구 ‘반포 1단지 3주구’ 등 재초환을 결국 피하지 못한 단지들의 내림세는 뚜렷하다.
그동안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급격한 집값 상승세에 재초환의 위력이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소규모 재건축 단지인 반포현대 아파트의 재초환 예상금이 1억4,000만원으로 통보되면서 매수세는 더욱 얼어붙었다. 입지여건이 더 좋고 단지규모가 큰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들의 부담금은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금을 일부 내더라도 입주시점 시세차익 상승분이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 올해 초까지 매섭게 매수세가 붙었으나 이제는 수억원대 부담금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수자들도 냉정을 찾는 분위기다.
당분간 강남 재건축의 반등은 힘들 것이라는 게 대다수 관측이다. 정부 규제가 재건축 사업의 출발부터 끝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재건축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까닭에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가 사방으로 묶여 있는 재건축이 다시 오르려면 자극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그럴 만한 변수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부담금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2~3년은 재건축 거품이 걷어지는 시기”라고 했다. 6월 선거에서 여당의 독주가 이어지는 것도 중개업계에서 시장 반등을 기대하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분양권, 구축 관심은 여전…앞으로는?=강남의 신규 분양권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 개포동이다.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 2단지 재건축)’와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 3단지 재건축)’ 전용 84㎡의 호가는 22억원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내년 입주 시점이 되면 1억~2억원은 족히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개포동의 한 중개사는 “강남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지만 새 아파트는 딴 얘기”라면서 “수요자들이 높아진 가격에 부담이 크지만 매도자들이 여전히 우위에 있어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축인 ‘반포래미안퍼스티지(2009년 입주)’도 전용 84㎡의 현 매도호가는 22억~24억원에 달하는데 3월과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중개업계의 평가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향후 전망은 긍정론과 부정론이 나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 부담금 등은 재건축 아파트에만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면서 “신축과 기존 아파트에는 수요가 몰려 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박 위원은 “강남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 가는 것은 재건축”이라면서 “재건축이 주춤하면 신규 분양권을 포함한 일반 아파트도 반사이익을 누리기 힘들다”고 했다.
◇“공급부족에 결국엔 재건축도 몸값 높아질 것”=전문가들은 재건축을 비롯한 강남 시장의 주춤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재건축 사업 위축이 결국에는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새 아파트 몸값을 다시 높이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 변화의 시점을 향후 5년 뒤로 점치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말 재건축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단지들이 예정대로 오는 5년 안에 입주를 끝내게 되면 그다음 강남권에서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고 원장은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재개발 재건축”이라면서 “정부가 공급 부족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춘석(서경 부동산펠로) 우성공인중개법인 이사는 “개포 현대 등 재건축을 막 시작한 곳에서 수요가 준 건 맞지만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싸게 내놓지도 않는다”면서 “공급이 부족하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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