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그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강공자세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대하던 애초 기대가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의욕의 수위를 낮췄기 때문이라고 분석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명예보다 성공적인 정상회담 개최를 최우선순위로 방점을 맞췄다는 의미로 보인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강화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도 전에 거대한 양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회동은 북한에 ‘획기적 사건’이었다고 진단했다. 힐 전 차관보는 NYT 인터뷰에서 “오늘은 북한과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따질 때 거사가 일어난 날(a big day)”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해진 것은 당초 계획보다 더 느리고 단계적인 비핵화 협상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들린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 차례 정상회담으로 일을 끝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보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는 확실히 ‘쟁취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뒤따랐다. 미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대가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핵무기 폐기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점을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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