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회담’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가짜 김정은’과 ‘가짜 트럼프’가 등장하는 대안 정상회담이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대역 배우인 ‘하워드 X’와 트럼프 대역 배우 ‘데니스 앨런’은 9일부터 10일까지 대안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하워드 X는 싱가포르 한 호텔에 고용돼 ‘대안 정상회담’ 퍼포먼스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X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장에 인공기를 흔들며 등장했고 북한 응원단 앞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다가 경기장 밖으로 쫓겨난 바 있다.
당시 일부 관중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사진을 찍었지만 북한 응원단은 놀란 표정으로 당혹스러워했다. 결국 그는 대회 관계자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AFP는 “김정은은 코스프레를 한 인물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한 응원단 앞에 등장하자 그들은 화를 냈다”며 “일부 팬들은 웃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곧바로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 했다”고 전했다.
당시 하워드 X는 “난 한반도 깃발을 흔들었을 뿐인데 그들에게 걷어차였다. 화가 났다”며 “난 어떤 법도 어기지 않았다. 만약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다”고 말했다.
하워드 X는 이번 대안 정상회담 퍼포먼스와 관련해 “풍자를 통해 대중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기 위해 대안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며 “하지만 가족들의 걱정도 커서 ‘죽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호주 국적의 중국계 대역배우인 하워드 X는 지난달 27일에도 김 위원장 분장을 하고 회담장 후보지였던 마리나 베이 샌즈(MBS) 호텔에 나타나 셀카를 찍으며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바 있다. 홍콩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하워드 X는 한때 음악가로 활동했으나, 2012년부터는 주로 김 위원장 대역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하워드는 “내 생각엔 두 정상이 마주 앉아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번 만나면 곧바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자신이 대역배우로 주목을 받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지금 내 체형은 평상시 수준이다. 김 위원장은 나보다 더 뚱뚱한데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공연, 영화, 광고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자신이 ‘행운아’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나 다른 나라의 총리 등은 임기가 있지만, 김정은은 평생 북한의 지도자로 남을 것”이라며 “이는 내가 (대역배우로서) 매우 오랜 기간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라고 미소를 날렸다.
그는 다만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통제하려고 하는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트위터에는 트럼프 대역 배우 데니스 앨런과 함께 “사랑하자, 전쟁은 아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 사진이 올라와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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