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당초 우려대로 ‘G6+1’로 전락한 채 폐막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이유로 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리를 뜬 뒤 남은 정상들은 보호무역주의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7개국 명의의 공동성명을 내놓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성명 승인을 거부하겠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선진국 클럽의 걷잡을 수 없는 분열 양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회담 후 캐나다와 유럽이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서 이번 회담은 사실상 갈등만 키우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담 개최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회의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퀘벡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개국 명의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경제를 발전시킨다’ ‘우리는 규칙에 근거한 국제무역 시스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발 통상갈등에도 이번 회의가 예상외로 무탈하게 끝난 듯 보였지만 기류는 몇 시간 만에 급변했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회의장을 떠났던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성명에 합의하지 않았다”며 트위터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날 조찬회의에 지각해 흐름을 끊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극도로 꺼리는 기후변화 관련 세션이 진행되기 전에 자리를 뜬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행 전용기에서 “쥐스탱이 기자회견에서 거짓말을 했다. 캐나다가 미국 기업과 노동자·농업인들을 상대로 막대한 관세를 매기기 때문에 나는 미 대표단에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분노의 트위터를 날렸다. 이뿐 아니라 트뤼도 총리를 비겁자로 묘사하면서 “우리의 관세 조치는 미국 유제품에 270%의 세금을 매긴 데 대한 응답”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캐나다와 유럽의 보복관세 움직임과 관련해 “우리는 모든 사람이 강탈하는 돼지저금통 같다. 미국에 보복관세를 물린다면 후회할 것”이라는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캐나다 총리실은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한 내용만을 대외적으로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공동성명에 동의한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의 기자회견을 본 직후 돌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뤼도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약속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에어포스원에서 트뤼도의 기자회견을 보고 격분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6개국 정상 간 신경전이 이어진 만큼 이 같은 갈등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갈등은 물론 러시아의 G8 복귀, 이란의 핵 합의(JCPOA) 탈퇴를 둘러싸고 6개국 정상들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특히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날린 데 반발해 캐나다에 이어 영국까지 미국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독일 총리실은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과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둘러싼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배포하며 미국과의 기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트윗 공방 속에 G7 회의가 웃음거리로 끝났다”며 “미국과 나머지 회원국 간 무역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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