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EPL서 두번이나 득점왕
“잉글랜드 월드컵 저주 깰 수호신”
더브라위너 어디서든 ‘키 패스’
유럽 5대 리그 어시스트 넘버원
29일 격돌…사실상 조1위 싸움
“저는 어릴 때부터 프로 구단 유니폼은 안 샀어요. 그 돈으로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샀죠.”
잉글랜드 대표팀 사상 최연소로 주장 완장을 찬 해리 케인(25·토트넘). 그는 대표팀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최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스페인 여행에서 친구들이 레알 마드리드나 FC바르셀로나 셔츠를 살 때도 나는 잉글랜드 대표팀 셔츠를 샀다”며 “올여름 뭔가 특별한 일을 벌이고 싶다. 그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것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잉글랜드가 과거의 잉글랜드와 다른 것은 바로 케인의 존재다. 생애 첫 월드컵 참가를 앞둔 케인은 ‘잉글랜드 바로 세우기’의 선봉이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 타이틀이 무색하게 지난 1966년 자국 월드컵 우승 이후 한 번도 결승을 밟지 못했다. 직전 2014브라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잉글랜드 팬들은 2015-2016·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연속 득점왕 케인이 잉글랜드의 월드컵 저주를 깨부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1차 목표는 조별리그 G조 1위 통과. 그래야 16강에서 H조 1위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G조에는 호화군단 벨기에가 있다. 오는 29일 오전3시(이하 한국시각) 칼리닌그라드스타디움에서 열릴 잉글랜드-벨기에의 G조 최종전은 조 1위 결정전일 가능성이 크다.
‘황금세대’로 유명한 벨기에의 핵심 엔진은 단연 케빈 더브라위너(27·맨체스터 시티)다. 케인이 소멸을 모르는 허리케인이라면 더브라위너는 축구머신이다. 밥 먹듯 어시스트를 찍어내 2017-2018시즌 EPL 도움왕은 물론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를 통틀어 도움 1위(16개)에 올랐다. 축구 아이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10일 이번 월드컵의 대표 강국과 그 팀 에이스를 점찍으며 “브라질에 네이마르와 필리페 쿠티뉴가 있다면 벨기에에는 더브라위너와 에당 아자르(첼시)가 있다”고 했다.
더브라위너는 그야말로 전천후다. 공격형·중앙 미드필더 외에 윙어로도 뛴다. 어느 방향·거리에서든 세련된 키 패스로 상대 수비진의 한숨을 유발한다. 맨시티에 케인 같은 본능적 감각의 골잡이가 있었다면 더브라위너는 지난 시즌 훨씬 더 많은 도움을 챙겼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팬들은 그런 더브라위너를 ‘김덕배’라고 부른다. 이름의 앞글자 3개 ‘K’ ‘D’ ‘B’를 따와 한국식 이름을 붙인 것이다. 탁월한 공간 장악과 미친 활동량에도 표정 변화가 없고 볼이 유독 빨개 ‘볼 빨간 김덕배’ ‘킹덕배’로도 통한다.
더브라위너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와의 평가전(3대3 무) 뒤 “멕시코가 전술적으로 우리보다 나았다. 미드필드 숫자에서 계속 앞섰다”며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대표팀 감독에게 에둘러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맨시티에서와 달리 대표팀에서 다소 수비적 위치에 기용되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더브라위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벨기에의 월드컵 성패에 주요 변수일 수 있다.
2014브라질 대회에서 1골을 넣었던 더브라위너는 이번이 두 번째 월드컵, 케인은 첫 월드컵이다. 케인은 2016유럽선수권(유로2016)에서 무득점에 그친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다. 그는 “월드컵 득점왕은 스트라이커로서 무거운 도전이지만 나는 이미 EPL에서 두 번 득점왕에 올랐다”는 말로 자신감을 보였다. 1986멕시코월드컵 득점왕이자 토트넘 선배인 게리 리네커(잉글랜드)는 “잉글랜드에는 케인이 수호신 같은 선수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답게 잘해낼 것”이라고 했다.
더브라위너와 케인은 올해 선수협·기자협 선정 잉글랜드리그 올해의 선수상에서 두 번 다 각각 2·3위에 만족해야 했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에게 밀렸다. 케인은 또 살라에게 2골 뒤진 2위(30골)로 마무리, EPL 3시즌 연속 득점왕을 아깝게 놓쳤다. ‘2%의 아쉬움’을 안고 더브라위너와 케인은 러시아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탐내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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