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12일 업무오찬 메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먹겠다던 햄버거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미국과 북한·싱가포르 현지 음식이 어우러져 ‘화해와 교류’라는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드러냈다.
이날 백악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업무오찬에는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 칵테일, 오이선, 허니라임 드레싱과 신선한 문어를 올린 그린망고 케라부가 전식으로 나왔다. 오이선은 오이에 칼집을 넣고 소고기와 달걀·당근 등을 채운 한국의 궁중음식이고 케라부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많이 먹는 야채 샐러드의 일종이다. 새우 칵테일은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에피타이저 중 하나다.
전채요리에 이은 주요리는 소갈비조림과 양저우식 볶음밥, 대구조림 등으로 서양식 요리에 싱가포르에서 많이 먹는 중국식 요리, 한식 메뉴가 조화된 구성이었다. 전식과 본식 모두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북미 간 화해와 교류’라는 정치·외교적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오이선과 대구는 모두 한국식으로 표기해(oiseon, daegu) 김 위원장을 각별히 대우했다. 디저트로는 다크초콜릿 타르트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파이의 일종인 트로페지엔이 나왔다.
이번 정상회담의 오찬 테이블에 햄버거가 올라갈지가 여러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지만 햄버거는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16년 6월 유세를 하면서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핵 협상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햄버거라는 메뉴 자체가 격식 없이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패스트푸드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북한 경호원 일부가 숙소로 들어갈 때 맥도날드의 테이크아웃 봉지를 들고가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대신 이들이 햄버거를 즐겼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AP통신 기자도 평양에서 ‘콤비네이션버거’를 먹었다는 기사를 송고하며 북한 경제 개방에 대한 기대를 북돋웠다.
/싱가포르=박효정기자 변재현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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