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다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면서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난 젊은 청년. 고향을 떠나 구글과 백악관 등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엘리트코스를 차곡차곡 밟아가던 중 휴가를 받아 고향에 돌아왔을 때 지역 주민들이 던진 질문은 그를 180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언제 돌아와 고향을 위해 일할 거냐?”
청년은 망설였고 주저했다. 도시 생활 3년 만에 행동으로 답했다. 고향을 변화시키겠다며 돌아오자마자 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스물여섯 살이 된 지난해에는 당당하게 시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된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매우 낙후된 지역인 스톡턴시의 27세 흑인 청년 마이클 텁스다.
시장 2년 차인 그는 요즘 특별한 정책 실험을 앞두고 분주하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미국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기본소득제(basic income)’를 시행한다. 연간소득 2만6,000달러 이하인 시민 100명을 무작위로 뽑아 2년 동안 매달 500달러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인데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 예산이 아니라 별도의 후원금 방식을 도입했다.
텁스 시장이 새로운 정책 시도에 나서는 이유가 있다. 스톡턴은 지난 2012년 재정 파탄을 선언한 도시다. 실업률은 7.3%로 미국 전체 평균인 3.8%를 웃돈다. 범죄율도 높다. 소득 불균형은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켜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가득해졌고 그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전면적 정책 시행은 시장이라도 권한에 한계가 있기에 실험을 선택했다.
젊은 시장의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료하다. 시장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대담한 정책 실험이기 때문이다.
6·13지방선거가 끝나면 새롭게 뽑힌 지방정부 수장들은 자신의 포부를 담은 각종 정책의 시행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실험정신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일자리 공약만 250만개가 넘는다는 집계가 있다. 선거가 끝나면 비현실적인 공약은 걷어내고 현실적인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빨라지는 기술혁신 때문이라도 기존의 노동과 복지 정책 패러다임은 과감히 버릴 시점이다. 캐나다·핀란드·네덜란드에서는 이미 기본소득 도입을 실험하고 있고 이탈리아·프랑스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다.
조금씩 실험해보면서 스스로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지방정부는 가장 알맞은 실험 장소다. 제한적이지만 정교하게 실험하면 그 성공 여부에 따라 국가의 큰 정책 줄기가 될 수 있다. 새로 선출된 단체장들이 스톡턴시의 27세 젊은 시장 같은 담대함과 실행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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