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서 범(凡)보수가 몰락한 14일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범진보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평화당은 광역단체장을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거점인 호남에서 5개 기초단체장을 확보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당도 기초단체장을 내지는 못했음에도 정당투표에서 9%대의 득표율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어 3당으로 약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평화당은 호남을 휩쓴 더불어민주당의 열풍 속에서도 고창·고흥·익산·함평·해남 등 핵심 지지기반인 전남과 전북에서 5개 기초단체장을 배출해 체면치레했다. 선거 초반부터 호남에서 총력전을 펼친 평화당의 ‘민주당 독주 견제론’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남 지역 22개 시군 기초단체장은 예상을 깨고 무소속이 5곳, 평화당이 3곳으로 민주당 일당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평화당은 애초 목표였던 기초단체장 8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호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 단 한 명의 구청장도 배출하지 못해 아쉬움도 남겼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압승으로 가려졌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또 다른 승자다. 정의당은 이날 자체 조사 결과 9%대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민주당과 한국당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4년 전 지방선거 때 3.6%의 정당득표율을 나타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에 이어 4당의 이미지가 컸던 점을 비춰보면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광주(12.77%)와 전북(12.88%)에서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둔 평화당을 제압하고 정당 득표 2위를 차지한 것도 큰 성과다. 높은 정당 득표율을 기록한 정의당은 광역 지역구 의원 1명과 광역 비례대표 의원 10명, 기초 지역구 의원 17명과 기초 비례대표 의원 9명 등 총 3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정미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4년 전 3.6%에 불과했던 정당 지지율이 9%대로 올라 제3당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며 “이번 선거를 발판으로 오는 2020년 총선에서 반드시 제1야당을 교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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