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층 빌딩이 둘러싸고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최근 이곳에는 새로운 개념의 공유오피스가 들어섰다. 소규모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들만을 위한 공유 사무실이다. 건설관리 기업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이노톤이 만든 ‘이노스페이스’는 샘플링 전시공간 등 디자이너의 업무효율을 높이려는 시설들이 다수 마련됐다. 정식 오픈이 되기 전인데도 벌써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소식을 접한 수십 명의 디자이너들이 이곳에서 둥지를 튼 상태다.
‘공유오피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국내에서 영업점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다 한화생명 등 대기업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강남의 테헤란로에서 시작된 공유오피스는 광화문·시청 등 업무지구뿐 아니라 홍대·상수동 등 부도심 쪽으로도 퍼져나가는 중이다. 여기에 인테리어·패션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공유오피스들도 생겨나면서 저변의 폭도 넓혀가는 양상이다.
공유오피스는 다른 회사들과 사무공간을 함께 쓰는 것을 말한다. 공유오피스 사업자가 특정 공간을 임차하거나 매입한 뒤 그것을 쪼개 여러 임차인에게 재임대하는 개념이다. 국내에는 2000년대 초반 ‘비즈니스센터’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했지만 당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유경제 확산 바람에 맞물리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 이를 대표하는 업체는 단연 미국계 위워크다. 위워크는 지난 2016년 강남역에 1호점을 냈고 내년 홍대점까지 운영을 시작하면 총 11곳을 운영하게 된다. 토종업체인 ‘페스트파이브’도 2015년 첫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총 13개 지점까지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대기업도 가세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강남역 인근에서 ‘스튜디오블랙’을 오픈한 데 이어 한화생명도 올해 강남역에 ‘드림플러스 강남’을 열었다.
공유오피스 돌풍은 우선 창업 붐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2만8,000개 수준이던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3만5,000개로 증가했다. 소규모 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사무공간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공유오피스가 주목받는 것이다. 공유오피스 덕에 자본금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들에 강남권 등 주요 업무지구의 오피스 이용 문턱이 낮아졌다. 한미글로벌의 한 관계자는 “사무공간이 없는 초기 창업자의 경우 카페 등에서 음료 몇 잔을 주문한 뒤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루 음료 비용 등과 유사한 수준에서 강남권 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인의 경우 오피스 공실 걱정도 덜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통상적으로 공유오피스 기업은 대형 빌딩의 몇 개 층을 5~10년 이상 장기로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수요를 넓혔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에서 최근 유연한 사고를 강조하고 근무방식 바뀌는 등의 이유로 공유오피스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위워크의 한 관계자는 “흔히 공유오피스라고 하면 소규모 창업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기업 특정 부서도 많이 입주해 있다”면서 “기업의 문화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근무방식을 강조하는 문화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을 공유하며 관련 산업 종사자들 간의 관계망을 넓힐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는 ‘이노스페이스’의 사례와 같이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공유오피스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노스페이스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김모(29)씨는 “이전에 독립적으로 근무했던 공간보다 디자인 특화 공간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호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발전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이 2017년 6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2년 7,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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