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목적 외 사용하거나 부적정하게 집행해 낭비한 공무원의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행정 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공무원 A씨가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낸 정직 1개월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원도청 산하 사업소에서 행정 지원 업무 등을 총괄하는 공무원인 A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부서원의 작업복과 작업화 등 구매를 위해 4,690여만원 상당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 중 작업복은 유명 등산복 전문업체에서 구매한 고가의 제품이었다.
근무지 순찰용 자전거는 1대당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경기용 자전거로, 이미 1대당 60만원이 넘는 자전거가 3대나 구비된 상태에서 추가 구매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예산으로 구매한 등산복과 등산모자, 등산화, 스포츠 고글 등 417만원 상당의 물품을 개인적으로 받아 사용했다. 한 개에 21만∼24만원에 달하는 스포츠 고글은 3년간 해마다 받았다.
결국, A씨는 2016년 2월 재무감사에서 예산의 목적 외 사용 및 예산 낭비의 비위 행위로 적발됐다. A씨가 집행한 4,690만원 중 3,540만원의 예산은 사무관리비 항목이 아닌 시험연구비로 목적 외 용도로 부적정하게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해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다.
A씨는 “사무관리비에서 집행해야 할 등산복 등을 시험연구비로 집행한 것은 착오였다”며 “기능과 활용도를 고려해 고가의 제품을 산 것이지 예산 낭비에 대한 인식이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소모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자를 매년 일부 직원에게 지급한 점, 품질 좋은 고가의 제품을 매년 새로 구매해 지급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점으로 볼 때 원고의 예산 집행은 통상적인 피복비 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고가의 스포츠 고글이나 경기용 자전거도 업무상 필요에 따른 적정한 예산 집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3년간 고가의 물품을 계획적으로 구매하고 개인적으로 받아 사용한 점으로 볼 때 원고에 대한 징계는 마땅하다”고 부연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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