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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하석주 "멕시코 쉽게 흥분, 바짝 달라붙어 짜증나게 하라"

1차 경기선 너무 조심스럽게 운영

멕시코, 개인기 좋고 투쟁심 강해

빠른역습 출발점 논스톱패스 막고

협력수비로 공격진 괴롭히면 승산

20년전 패배 후배들이 복수해주길

1998프랑스월드컵 당시의 ‘왼발 달인’ 하석주. /연합뉴스




하석주(50) 아주대 감독은 한국의 2018러시아월드컵 스웨덴전 패배에 가장 가슴 아파한 축구인 중 한 명이다. 태극전사 후배들이 스웨덴을 잡고 최상의 기세로 멕시코전 설욕에 나서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1994미국·1998프랑스월드컵 멤버인 그에게 ‘멕시코’는 아픈 이름이다. 잘 알려졌듯 그는 1998월드컵 멕시코와 조별리그 1차전 전반에 기막힌 25m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린 뒤 3분 만에 ‘백태클’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의 한국은 1대3으로 졌고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는 0대5로 참패했다. 태클한 지점은 위험지역도 아니었다. 하석주는 “와이, 레드카드?”라며 항의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돌아보면 당시 엄격하게 강화된 백태클 규정의 희생양이었다. 그 일 이후 하석주는 한동안 사람들을 피해 다녔고 없던 종교도 생겼다. 당시 사령탑으로 대회 도중 경질된 차범근 전 감독은 지금도 “너무 죄송한 마음에” 만나지 못한다.

하 감독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트라우마처럼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며 “백태클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했고 골 넣은 뒤 에너지도 과하게 넘쳤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후로 그때가 첫 퇴장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24일 0시(한국시각) 열릴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와 2차전을 서울 이태원의 ‘하석주 팬파크’에서 관전하며 축구 팬들과 호흡한다. 현대자동차가 테마별로 마련한 응원현장 중 한 곳. 아픔의 멕시코가 다시 한 번 한국과 만나게 된 ‘덕’에 하 감독은 최근 현대차 광고에도 출연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한국시간) 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와 함께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첫 경기의 단추를 잘못 끼우기는 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멕시코에 복수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여전히 크다”고 했다. “축구는 이변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종목 중 하나다. 우리가 가진 기량을 100% 발휘하고 상대보다 한 발 더 뛴다고 생각하면 결과는 또 모른다”는 설명. “하고 싶은 것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겨라”라고 주문했다.

되짚어보면 스웨덴전은 우리가 가진 기량을 100% 다 보여주지 못한 경기였다. 하 감독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1차전에 너무 조심스럽게 경기했다. 제공권 열세에 대한 대응에만 집중한 나머지 스피드를 이용한 우리 축구를 전혀 펼치지 못했다”며 “상대에만 집중해 소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거의 써보지 않은 4-3-3을 쓴 탓인지 우리 선수들의 전술 이해가 미흡했는데 안 맞는 옷을 입고 플레이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했다. “축구인들조차 경기 직전까지 베스트11을 모를 정도로 우리 대표팀은 스스로 베일을 썼습니다. 하지만 조별리그 경기를 거듭하면서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16강부터 기량을 발휘하는 외국 강팀들과 우리는 다르잖아요. 조별리그가 포커스라면 일찌감치 베스트11을 정해서 가다듬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지난 결과는 안타깝지만 2경기가 남았다. 하 감독은 “월드컵은 당연히 극도의 부담을 동반하는 무대다. 하지만 해보지도 못하고 지는 것이랑 주눅 들지 않고 맞서 감동을 주면서 지는 것이랑은 크게 다르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아마 후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감독이 보는 멕시코의 팀컬러는 20년 전의 멕시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준 높은 자국 리그를 보유한 멕시코는 개인기를 기본으로 한 플레이와 강한 투쟁심, 강팀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스트라이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와 독일전에서 골을 넣은 이르빙 로사노(PSV에인트호번)뿐 아니라 미겔 라윤(세비야), 카를로스 벨라(LA FC) 등 요주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에요. 공격진은 물론 미드필드진도 전부 개인 기량이 뛰어나고 공격 성향이 강합니다.” 그는 한국 입장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으로 “빠른 역습의 시발점인 논스톱 패스”를 들며 “협력 수비에 쉽게 짜증을 드러내는 성향이 있어서 이 점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팁도 건넸다. ‘왼발의 달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옛날처럼 뭔가 특징적인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게 안타깝다. 유소년축구에서도 요즘 윙포워드·윙백·스토퍼 포지션이 특히 취약하다”며 “남은 두 번의 기회에서 기죽지 않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축구를 기대한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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