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의 종부세를 인상하는 내용의 보유세 개편안 윤곽을 공개했지만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큰 동요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장에서 예측한 수준의 개편안이 나온데다 종부세 인상을 감안하고 올해 초 거래를 마무리한 다주택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급매물이 쏟아지거나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보유세 개편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매도·매수자들 간 ‘눈치 보기’ 심화로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R중개업소 대표는 24일 “재정특위에서 공개한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정부가 어느 것을 택할지는 모르겠지만 강남 주택에 투자하는 대다수의 투자자는 이미 다 세금 인상을 고려하고 올해 초 거래를 완료했다”며 “또 1주택자는 세금이 크게 강화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초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들은 집값 상승세를 고려하면 충분히 세금 인상 폭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E중개업소 대표도 “이곳 주민들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보유세 개편안 강도가 세지 않은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오히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때문에 매도에 부담을 느끼지 1년에 종부세를 몇백만원 더 내는 것에는 아직까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북도 비슷한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의 C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 때문에 집을 팔겠다고 한 사람은 아직 없다”며 “이곳에 3억원짜리 10채 이상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꽤 되는데 이 중 다수가 올 초 종부세 합산배제 적용을 받아 보유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임대사업 등록을 한 상황이어서 파장이 덜한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보유세 개편안을 확정할 때까지 매수·매도자들 간 힘겨루기가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거래절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G공인중개사 대표는 “보유세 강화가 주택 시장에서 악재인 것은 분명한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매도·매수 희망자들 사이에서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당분간 관망세 속에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별다른 소득 없이 고가 노후주택을 보유한 일부 노년층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초구 반포동의 김시연(서경 부동산 펠로) 래미안114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수입은 없는데 20억~30억원의 노후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노년층에게는 100만~200만원의 세금 인상도 큰 부담”이라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인상되든, 세율이 오르든 이들에게는 큰 압박이 되기 때문에 매물로 내놓을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이재명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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