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출동! 구급출동! 영등포로 157 환자 발생!”
27일 긴급상황을 알리는 방송이 서울 영등포소방서 관내에 울려 퍼졌다. 방송을 들은 구급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출동을 준비했다. 이윽고 영등포소방서 6-6번 구급차량이 도로로 향하기 시작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각종 재난·재해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구조·구급차 진로방해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100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구조·구급차 진로방해 과태료가 시행된 첫날 서울경제신문이 영등포소방서 구급차 출동현장에 동행해 시민들의 협조 여부를 살펴봤다.
이날 오전11시47분께 구급출동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영등포소방서 6-6번 구급차가 도로로 나섰고 출퇴근시간대가 아닌 만큼 생각보다 도로는 혼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등포구 내 대표적 혼잡구역인 영등포사거리 일대에 들어서자 약간의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이날부터 적용된 소방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할 때 △진로를 양보하지 않는 행위 △소방차 앞에 끼어들거나 가로막는 행위 △그 밖에 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이 금지되고 위반할 경우 차종·횟수에 관계없이 소방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이날 출동 과정에서 차량 운전자들은 혼잡스러운 도로상황에도 간격을 좁혀가며 길을 터주는 모습이었다.
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차량과 보행자들도 있었다. 대림역 고가도로가 끝나는 영신로9길 일대에서 구급대원이 사이렌을 울리며 방송으로 “좌우측으로 피향해주세요”라고 호소했지만 앞선 차량들이 이를 무시해 결국 중앙선을 넘어 추월했다. 연신 사이렌을 울리고 차량번호를 특정해 말했지만 허사였다. 운전대를 잡은 박경준 현장대응단 구급대원은 “심한 경우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 내부를 보고 정말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비켜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우신초등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들이 문제였다. 연신 사이렌을 울리며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줄 것을 요청했지만 보행자들이 앞만 바라보고 천천히 걸어가는 바람에 15초가량 정차할 수밖에 없었다. 강남성심병원 앞에서는 택시가 말썽이었다. 병원 응급실 진입로에 자리 잡은 택시는 손님이 완전히 내릴 때까지 움직이지 않아 구급차는 30초가량 제자리에 멈춰 섰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통상 화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인명을 구하는 데 필수적인 골든타임은 발생 시점부터 4~6분까지다. 이날은 다행히 목적지인 영등포로 157까지는 6분이 걸렸다.
현장 소방관들은 이번 과태료 상향으로 고질적인 소방차 진로방해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청한 소방서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는 이전에도 했지만 민원인이 부당하다고 하면 결국 취소해주기 일쑤였다”며 “과태료를 높이기보다는 경찰 등 민원인이 반박하지 못할 기관에서 과태료 부과를 담당하면 실효성이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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