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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밸류체인'이 무너진다] 서울대 1학년 4명 휴학...중앙대 100명 중 1명만 심화전공 지원

■원자력 학문생태계 위기

세종대선 처음으로 복수전공자 나와 인재이탈 가속

교수들 "비전 안보여 학생들 전과 신청해도 못말려"

연구기관·대학 올 신규 원전 개발 연구도 전면중단





원자력을 전공해 산업계를 선도할 인재로 성장하기를 꿈꾸던 학생들의 절망감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관련 학과 학생들은 다른 전공을 찾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휴학하고 다른 대학으로 새로 들어가기 위해 입시공부를 하기도 한다. 교수들 역시 제자들에게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의 국가적 인재를 양성해야 할 주요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는 탈출구 없는 늪에 빠져 있는 셈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1학년 정원 32명 중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다시 도전하는 등의 이유로 첫 학기부터 휴학한 학생이 이미 네 명이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만 해도 휴학자가 한 명뿐이었지만 1년 사이 네 배가 늘었다. 휴학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전기전자 등 다른 학과로 전과하려는 학생이 적지 않아 학교 측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차민수(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회 대표는 “인공태양 등 원자력 기반의 유망 기술을 선도할 인재를 꿈꿨던 학생들은 이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지며 휴학 등 다른 진로를 찾아 떠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수들 역시 학생들에게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소속 학과 학생이 전과를 신청하겠다는 등 동요가 심한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학생도, 학과도 현행만 유지하는 데 급급할 뿐 뚜렷한 비전이 없으니 교수를 포함해 모두들 의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역시 원자력 전공 신청자가 저조하다.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매년 100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이들은 3학년부터 발전전기·발전기계·원자력 중 한 개를 심화전공으로 택하는데 원자력 신청자가 손에 꼽을 정도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심화전공으로 원자력을 1순위로 신청한 학생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며 “2순위 지원자 등을 포함시켜 학과가 운영될 수 있는 최소 규모인 16~17명을 겨우 채웠다”고 하소연했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은 휴학 외에 복수전공 등으로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세종대 원자력공학과에서는 올해 소속 학생들이 처음으로 기계공학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원자력 분야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문 연계성이 높은 기계공학으로 눈을 돌려 취업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김종성 세종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매 학기 상담을 하면 학생들은 탈원전으로 인한 진로 걱정이 대부분인데 교수 입장에서도 해줄 말이 없다”며 “힘들게 가르친 학생들이 기계공학 복수전공을 해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업을 목전에 둔 학생들 역시 원전 협력업체 등 관련 산업 취업을 갈수록 외면하고 있다. 기업들이 관련 인력을 채용할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전 관련 업체가 아니라 방사선 관리 자격증 등을 공부하면서 의료기술 업체 등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 현장도 침체된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 추진 방향을 원전 안전·해체 기술 활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후 대학과 연구기관에서의 신규 원전 개발 연구는 전면 중단된 상태라는 게 대학가의 공통된 입장이다. 주 교수는 “원자력 연구비는 일부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원전 안전 분야에 몰려 있는 실정”이라며 “세계 원전 시장을 선도하던 4세대 신형 원전개발 연구가 정체돼 대학원 진학도 권유하기가 꺼려져 후속 연구자 양성도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용·신다은·최성욱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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