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누적에 따른 심한 몸살로 이틀간 연차 휴가를 낸 문재인 대통령에게 ‘금서령(禁書 令)’이라는 특단의 처방이 내려졌다. 참모들이 일체의 보고서나 메모 등을 문 대통령에게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문자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글만 보이면 참지 못하고 열독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한 조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28~29일 연가를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휴가 중에는 지방 등에 내려가지 않고 관저에만 머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차 후에는 주말이므로 문 대통령은 사실상 7월 1일까지 나흘간의 휴식 기간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밤(한국시간 기준) 열렸던 2018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독일전 승리와 관련해서도 별도의 대통령 메시지가 나가지 않게 됐다. 대통령의 몸이 편찮은 상황에서 메시지를 내는 게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연가로) 쉬시는 동안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도록 (오늘 아침 청와대 참모들이) 현안 점검회의에서 결정을 내렸다”며 “그래서 정식 보고서나 일체의 메모 형태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제(27일) 저녁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관저에 들어가서 문 대통령을 뵈었는데 기력을 회복해가시는 중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시간이 잠시라도 나면 글을 눈에서 떼지 않고 독서 등을 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래서 이번 휴가 때에도 쉬지 않고 혹여나 보고서라도 읽으며 업무를 볼까봐 메모조차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번 기회에 ‘일벌레’인 문 대통령의 과로를 시스템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법조계에 변론 준비 등을 위해 심야까지 각종 자료를 열독하며 일하는 업무스타일이 몸에 배어서 국가원수가 된 뒤에도 실무자처럼 세세한 일까지 깨알 같이 보고 받고 밤 늦도록 자료를 챙겨본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그동안은 문 대통령이 등산 등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앞으로 4년이나 더 남은 집권 기간중 혹여 피로 누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국가차원에서도 중대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보고양식을 최대한 요점 중심으로 간소화하고, 각종 대외일정도 필수적인 사항 중심으로 최소화하며 청와대에 여전히 집중되고 있는 업무를 소관부처와 여당, 국회 등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각이 각 부처별로 할 일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완수하지 못해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이 교통정리를 해주는 악순환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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