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게 대체복무제를 허용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늦어도 오는 2020년부터는 병역법 개정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등이 대체복무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이번에도 합헌 입장이 유지됐다.
헌재는 28일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제5조 1항(병역 종류 조항) 등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3(각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내년 12월31일까지 병역법의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현 병역법에는 병역의 종류를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는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 다섯 가지로만 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대체복무제가 없어 병역거부자들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형벌을 부과받으며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이번 판단으로 2020년부터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입영 대신 다른 수단으로 병역 부담을 질 수 있게 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 5월31일까지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총 2,756명이며 이 가운데 99.4%인 2,739명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 이중 1,790명은 법원에서 징역 등 실형을 확정받았다.
각종 시민단체와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서울 재동 헌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국방부 역시 헌재 결정 직후 “최단시간 안에 납득할 수 있는 대체복무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처벌 근거 원칙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4(일부 위헌)대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04년과 2011년에도 이 조항을 합헌으로 봤다.
헌재가 대체복무제에 유예기간을 준 만큼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하급심 재판들은 현행법대로 법원이 자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처벌 조항은 합헌이기 때문에 현재 법원에서 다루는 사건에 법률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권홍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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