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월 인천국제공항은 각종 사건·사고로 위기에 빠졌다. 새해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수하물 5,200개가 뒤섞여 항공기 159편 출발이 10시간 이상 늦어지는 ‘수하물 대란’이 벌어졌다. 이어 21일에는 중국인 부부가 밀입국하는 사건까지 터졌다. 15년간 쌓아올린 인천공항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이끌고 있는 정일영 사장이다.
수하물 대란 한 달 뒤인 2월2일 출근 첫날 새벽부터 공항 곳곳을 둘러본 정 사장은 취임식도 생략한 채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을 파악하라”며 ‘100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본인이 직접 등산화를 신고 매일 터미널과 면세점, 공사장 등 현장을 누비며 개선점을 찾았다. 이때 그에게는 ‘현장 과장’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정 사장 취임 직전에 발생한 사건은 전임 사장이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면서 생긴 공백기에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때문에 현장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다. 정 사장은 간부들에게도 매일 일정 시간 현장에 상주하도록 하고 취약시간대를 포함해 24시간 점검체계를 마련했다. 이후 3개월 만에 찾아온 5월 일본 황금연휴와 여름 휴가시즌, 추석 연휴 등 연이은 여행 성수기를 단 한 건의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넘겼고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그는 “당시 공사 직원들은 사무실에서만 머물러 있어 현장과의 괴리가 컸다”며 “전임 사장에 대한 불신과 바닥까지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23회 행정고시 출신인 정 사장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국토교통부에서 보낸 공항·항공분야 전문가다. 항공정책과장과 국제항공협력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표부 참사관, 항공철도국장,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 등 교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2년 인천공항 착공 시절에는 항공정책과장을 맡아 공항을 탄생부터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특히 2001년 국제항공협력관 시절 한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을 알고 있는 해외 주요 공항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신설 공항 입지와 교통체계 등 공항 운영과는 무관한 정책에 대해서도 정 사장에게 자문을 구한다. 공사 관계자는 “정 사장의 경력과 전문성이 공사의 해외 진출에 보이지 않은 힘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정 사장은 해외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하며 공항을 소개하고는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공항의 신뢰도를 높여준다”고 전했다.
정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인천공항이 동북아 거점공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 중간중간 집무실 한편에 걸려 있는 커다란 영종도 도면을 가리키며 인천공항의 미래를 보여주던 그는 “인천공항이 글로벌 공항운영사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영종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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