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동구에 사는 박준석(가명·24)군은 일주일 전 방학이 시작됐지만 아직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가 조선소 근로자인 박 군은 “용돈 받기가 부담스러워 방학 때마다 행정기관 알바를 뛰었는데 올해는 공고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늘 비어 있던 편의점과 PC방 밤 근무도 올해는 다 찼다고 아쉬워했다. 대전에 사는 대학생 정혜지(21)양은 최근 시에서 뽑는 아르바이트 공개 모집에 ‘당첨’됐다. 무려 35대 1을 이겨낸 정양은 “방학이라 여러 알바를 찾았는데 1순위로 염두에 뒀던 시청에 뽑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지역 경기불황의 여파로 지자체들이 제공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지자체 알바는 최저임금보다 많은 생활임금을 주고 또 사무보조 등 가벼운 일이 많아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인기였는데 최근 재정악화로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간 시장에서 알바를 얻지 못한 대학생들이 몰려들면서 경쟁률은 천정부지다.
1일 전국 주요 지자체에 따르면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부진 여파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울산 동구, 전남 목포·영암, 전북 군산, 경남 창원·진해·통영·거제·고성 등 8개 지역은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울산 동구는 올해 대학생 관련 일자리가 아예 없다. 조선업 퇴직자 지원을 위한 희망일자리 사업 등으로 예년보다 336명 많은 500여명을 이미 채용한 상태라 남은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동구 관계자는 “가용 예산을 모두 기존 일자리 사업에 투입한 상태라 방학 동안 잠깐 일하는 대학생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도 지난해말 조선업 밀집지역에 해당돼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을 한 것 외에는 올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실직자를 우선해 지난주 1차 모집한 데 이어 현재 총 600명을 채용하기 위한 공고만 진행하고 있다.
전남 목포시는 어렵게 사업비 6,000여만원을 마련해 3일까지 지원자를 받고 있다. 65명을 뽑을 예정으로 선정된 대학생은 9일부터 8월 3일까지 총 4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며 급여는 90만원 초반 수준이다. 다른 곳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이지만 관심은 뜨겁다. 목포시 관계자는 “하루에 50여통 이상의 전화문의가 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는 모집을 마감했는데 73명 선발에 2,313명이 지원해 경쟁률 31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은 지난해의 무려 6배다. 2017년 여름방학엔 중소기업 업무연수 지원 형식이었는데 191명 선발에 863명이 지원(4.5대1)했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힘든 상황이라 지원자가 크게 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발인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용위기지역이 아닌 곳도 아르바이트 잡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일찌감치 마감된 서울시는 450명 선발에 6,376명이 몰리면서 14.2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전시는 78명 모집에 2,700명이 지원해 35대 1이었고 또 인천시 16대 1, 대구시 11.1대 1 등이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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