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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 제재에 "호르무즈 해협 차단"...전운 감도는 걸프

로하니 "어떤 원유선적도 허용 안해"

중동산 모든 원유 수출 통제 의도

걸프 해역선 군사충돌 우려 커져

'유가 오를라' 트럼프는 OPEC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생명줄과도 같은 원유수출을 봉쇄하자 이란이 세계 원유의 해상운송 길목인 호르무즈해협 차단이라는 강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란만 빼놓고 중동산 원유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제재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대이란 경제제재가 원유전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국 간 군사충돌 우려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이스마일 코사리 사령관은 4일(현지시간) 영저널리스트클럽(YJC) 웹사이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의 원유수출을 중단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선적을 일절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수출을 막으면 중동산 원유 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면서 암시했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유럽을 순방 중인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3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출을 ‘제로(0)’로 낮추겠다는 발상은 잘못됐고 어리석다”며 “미국이 그 결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이란산 원유 수출만 막는 게 어떤 뜻인지 모른다. 중동의 다른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동안 이란만 하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통로로 전 세계 원유해상 수송량의 30%를 책임지는 요충지다. 코사리 사령관의 발언은 곧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국에서 생산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세계로 반출되는 원유 공급을 이란이 차단한다는 뜻이다.

IRGC 산하 특수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카셈 술레이마니 사령관도 로하니 대통령을 극찬하며 장단을 맞췄다. 강경파인 술레이마니 사령관이 온건파인 로하니 대통령에게 동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이란에 충성하는 어떤 정책이라도 즉시 실행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 해군은 이란과의 원유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인 빌 어번 대위는 이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과 관련해 “미 해군과 지역 동맹국들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곳에서 항해와 무역의 자유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싸고 양국 군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일각에서는 걸프해역에서의 군사충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 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는데다 호르무즈는 미군 함정과 이란 해군 간 경고사격이 심심치 않게 이뤄져 온 곳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미국에 민감한 원유시장에 피해를 주기 위해 호르무즈를 군사적으로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막은 적은 없지만 로하니 정부와 IRGC가 합심한 만큼 호르무즈해협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상승에 대비해 석유수출기구(OPEC)에 대한 증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유가 급등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서 “미국이 매우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OPEC 회원국을 방어하는 동안 그들은 오히려 유가가 더 올라가도록 만들었다”며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 지금 가격을 낮추라”고 강조했다.

한편 런던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4일 이란 제재의 여파에 따른 우려로 전날보다 0.62% 오른 배럴당 78.24달러로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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