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6일 법원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넘겨받기 시작한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PC 하드디스크에 대한 복원 시도가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1~2주 내 복구에 실패할 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업 파일을 검찰이 강제수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지난 6일부터 법원으로부터 추가자료를 임의제출받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말한 절차대로 진행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특히 대법원 별도 장소에서 진행되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PC 하드디스크 복원 성공 여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법원은 당초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PC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저장장치 속 데이터를 삭제하는 기술) 방법으로 복구 불능 상태로 훼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법원은 이들 하드디스크를 디지털 포렌식 방식으로 복원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각각 3대씩 총 6대를 준비했다. 수사와 무관한 파일이 유출되지 않고 증거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법원 관계자 입회 하에 작업이 진행된다. 검찰은 복원에서 얻은 파일만 가져가고 하드디스크 실물은 반납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검찰이 하드디스크 복구에 성공해 의혹 파일을 더 확보할 경우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소환 조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복구에 실패할 경우에는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보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백업본 확보에 검찰의 칼끝이 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퇴임식이 있던 지난해 9월22일 법원행정처 전산실은 대법원장실 비서관으로부터 “데이터 백업이 완료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비서관 업무 특성상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지시해 이를 챙겼을 것으로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는 그동안 “백업 파일은 없다”고 일관되게 해명한 대법원 입장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부분이다. 백업본의 존재가 알려진 이상 하드디스크가 복구 불능임이 확인되는 순간부터는 검찰이 이 파일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법원 관계자는 “백업을 실제 실행했는지 여부는 컴퓨터 사용자나 백업 실행자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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