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괴롭힘에 직접 가해자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가해를 지시하거나 폭력이 벌어질 분위기를 조장했다면 가해학생들과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는 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A군(중1)이 학교장을 상대로 “직접 가해하지 않았으므로 가해학생과 같은 처벌은 부당하다”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사회봉사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군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같은 학년 친구 B군에게 벌칙으로 ‘장난 고백’을 시켰다. 좋아한다고 거짓 고백하라는 요구였다. 장난 고백의 상대로 지적장애가 있는 여학생을 골랐고, 이 사실을 다른 학생들도 알게 되면서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몰려든 학생들 중 일부는 피해 여학생을 때리거나 교실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뒷문을 막아섰다. B군이 피해 여학생을 껴안도록 몸을 밀기도 했다.
사건조사에 나선 학교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를 통해 A군을 포함한 6명에게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서면사과 등의 징계를 내렸다.
A군은 “장난 고백의 상대로 피해 학생을 직접 지목한 것이 아니고, 괴롭히는 데 가담하지도 않았다”며 다른 가해 학생들과 비슷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애가 있는 피해 학생에게 장난으로 고백하려는 것을 만류하지 않은 채 일행과 함께 괴롭힘을 강요한 책임도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A군의 행위도 학교폭력에 해당해 징계 사유와 필요성이 모두 인정된다”며 “다른 학생보다 A군의 책임이 중하면 중했지 가볍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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