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5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국군기무사령부 보고서가 등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진위에 따라서는 향후 개각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
앞서 지난 24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방부를 담당하는 기무사령부 소속 100 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은 9일 “간부들과 부처 내 간담회 자리에서 송 장관이 위수령 문건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송 장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기무사 보고서가 확인되면서 송 장관의 입지는 한층 좁아졌다.
여야 국방위원들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에는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은 민 대령이 간담회 당일 회의에 참석해 송 장관의 발언을 자필 메모한 후 PC로 작성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한 기무사 보고서로 알려졌다. 특히 송 장관의 발언을 보면 과거 군부 쿠데타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계엄 문건에 있음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은 “위수령 검토 문건 중 수방사 문건이 수류탄급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면 기무사 검토 문건은 폭탄급인데 기무사에서 이철희 의원에게 왜 줬는지 모르겠다”고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기무부대 요원들이 BH(청와대)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용인할 수 없다. 그래서 기무사를 개혁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야권 국방위원들은 일제히 송 장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국방위원인 황영철 의원은 장관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바른미래당 국방위원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아직 송 장관이 거짓말을 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여당은 야당 위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송 장관을 음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인 안규백 의원은 “거짓말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송 장관 발언의 주어 자체에 애매한 부분이 있어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송 장관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일 경우 문재인 정부 2기 개편과 개각이 임박한 청와대도 국방부 장관 교체를 고민할 수 있다. 국방부는 국방위에서 등장한 이번 문건에 대해 민 대령이 작성한 보고서라고 설명한 뒤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지만 송 장관이 개각의 칼날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국회에서 회동해 계엄문건 작성과 관련한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국방위 협의를 거쳐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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