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10여일간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돌아오면서 중국 정가가 오는 8월 초부터 이른바 전직 원로와 현직 실세들이 주요 공산당 인사와 정책을 조율하는 베이다이허 시즌에 돌입한다. 베이다이허는 중국 지도부의 여름 비밀회의로 지난해에는 집권 2기 지도부 인사를 내정하는 정치 이벤트에 초점을 맞춰졌지만 올해는 중국 정치·경제 현안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미중 무역전쟁 해결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역전쟁의 후폭풍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시 주석이 이번 회의에서 절대권력자의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지에 베이징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베이다이허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가량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해안의 휴양지다. 지난 1954년 마오쩌둥이 첫 회의를 개최한 후 여름에 중국 수뇌부가 휴가를 겸해 다양한 정치·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장소가 됐다.
올해의 최대 관심사는 미중 무역전쟁을 불러온 시진핑 지도부의 강경한 대외정책과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중국 굴기 의지에 대한 클릭 조정이 이뤄질지다. 최근 중국 정가에서 시진핑 지도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시 주석의 중국몽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가에서는 대외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희생양이 돼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반면 시 주석의 절대권력 체제가 공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무역전쟁에 대한 강력한 입장 자체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여기에 시 주석이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무역전쟁의 승자는 없다’는 논리로 ‘자유무역 전도사’ 역할을 재강조한 만큼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전현직 지도부를 대상으로 자신의 리더십과 집권 2기 지도이념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다시 한번 담금질하려 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시진핑 반대 파벌과 민심의 동향이다. 장쩌민 계열의 상하이방과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의 견제 움직임이 최근 중국 내 엉터리 백신 접종 사태와 주중 미국대사관 인근 폭발사건 등으로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에 이어 BMW 등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가격을 올리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도 민심 동요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MW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인 X5와 X6의 중국 판매가격을 30일부터 각각 4%, 7% 인상하기로 했다. 테슬라도 앞서 관세를 이유로 중국 내 모델S와 X 등의 가격을 20%가량 올렸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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