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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출신 英 비르카르 교수 '수학계 노벨상' 수상 "박해받는 4,000만 쿠르드인에 희망 됐으면"

"1980년대 이란·이라크戰 발발

부모님 생업만으로도 벅찬 시절

공부 매달릴 환경은 아니었지만

필즈상 수상자들 보며 꿈 키워"

'스타 수학자' 숄체 등 4명 영예

수상 후 '메달 도난' 해프닝도

코체르 비르카르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1일(현지시간) 필즈상을 수상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연합뉴스




18년 전 영국으로 망명한 쿠르드계 난민이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례가 터키와 중동 각지에서 소외된 쿠르드인에게 희망을 줬다며 주목하고 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어 코체르 비르카르(40)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4명을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비르카르 교수 외에 호주의 인도계 ‘신동’ 악샤이 벤카테슈(36) 스탠퍼드대 교수, 이탈리아 국적의 알레시오 피갈리(34) ETH 취리히대 교수, 독일 ‘스타 수학자’ 페터 숄체(30) 본대 교수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수상자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난민 출신의 비르카르 교수다. 기하학 연구에 대수 방정식을 적용하는 현대수학의 ‘대수 기하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이란 쿠르드 거주지역인 마리반에서 태어난 비르카르 교수는 순탄하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마리반은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으로 최대 타격을 입었던 지역이다. 비르카르 교수는 “내 학창시절은 대혼란기였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었고 경제도 매우 좋지 못했다”면서 “부모님이 농부여서 나 역시 대부분의 시간을 농사일에 써야만 했다. 어린이가 수학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비르카르 교수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대수학자가 되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테헤란대 학생이던 그는 영국 여행을 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00년 영국에 망명 신청을 했다. 1년 뒤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영국시민권을 획득하면서 박사 학위까지 밟게 됐다. 비르카르 교수는 “테헤란대 수학 동아리방에 필즈상 수상자들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저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서방국에 이렇게 오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비르카르 교수는 소감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수상이 터키·이란·이라크·시리아 일대에 흩어진 4,000만 쿠르드인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박해받기 일쑤인 쿠르드인에게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며 “이번 소식은 4,000만명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즈상은 지난 4년간 수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이룬 40세 이하 학자에게 수여되는 수학 분야 최고상이다. 1936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뒤 1950년부터 4년마다 최대 4명의 수학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각 수상자에게는 14캐럿짜리 금메달과 8,750파운드(약 1,287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한편 이날 비르카르 교수가 수상한 지 몇 분 만에 메달이 도난당하면서 남미 첫 ICM 개최지인 브라질은 체면을 구겼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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