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간) 터키가 일반특혜관세제도(GSP) 기준을 준수하는지에 관한 우려로 터키의 GSP 참여자격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SP는 개발도상국에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로 터키는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아 지난해 3,500여개 품목, 16억6,000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물품을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했다.
USTR은 “GSP 수혜국인 터키가 미국에 합리적이고 공평한 시장접근권을 보장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터키는 미국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매긴 데 대한 보복으로 지난 6월부터 미국산 자동차와 위스키·석탄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인 목사 구금과 관련해서도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4일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터키에 미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의 자산이 있다면 그것을 동결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혐의 등으로 터키에 투옥돼 있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석방하라는 미 정부의 요청을 터키가 거절하자 미국이 압둘하미트 귈 터키 법무장관과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를 제재한 데 따른 보복조처로 풀이된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의 갈등이 전면적 제재로 확대되는 데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우리는 승자 없는 게임의 당사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정치·사법적 논쟁을 경제 차원으로 가져가는 것은 쌍방에 모두 해롭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교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이 상식을 되찾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국 간 갈등은 가뜩이나 물가급등과 자본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터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리라화 환율은 달러 대비 5.11리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터키 정부는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집에 모아둔 금·유로·달러 현금화와 중국 자금 유입을 위한 위안화 채권 발행을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90억달러 규모의 ‘100일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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