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이 5일 창당 이후 첫 전당대회를 마쳤다. 평화당이 직면한 산적한 과제 탓에 이번 전당대회가 평화당의 진로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은 평화당의 ‘생존’과 ‘존재 이유’에 목소리를 높였다.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득한 전당대회였다.
실제로 신임 당 대표가 마주한 평화당의 현실은 첩첩산중이다.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격화된 당내 갈등과 문재인 정부와의 협치, 개혁입법 연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회복 등 복잡하게 꼬여버린 당 안팎의 사정을 풀어야 한다. 특히 20대 후반기 국회 최대 이슈인 정부 여당과의 관계 설정은 신임 당 대표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개혁 대 반개혁’이라는 프레임 공세가 시작되면 평화당은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울 경우 자칫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부와 협치, 민주당과의 개혁입법 연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경우 ‘정부 여당의 2중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당내 갈등도 만만찮다. 평화당은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정동영 대 반(反)정동영 전선이 형성돼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같은 전북 출신으로 노선 경쟁을 벌인 정동영·유성협 의원 간 갈등의 골이 깊고 최고위에서 지도부 간 충돌이 계속될 경우 평화당 쇄신 작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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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지지율’도 어려운 과제다. 당 지지율은 수개월째 1% 안팎에 머물러 있다. 정의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라는 교섭단체를 이뤄내기도 했지만 6·13지방선거에서 일부 호남 기초단체장을 제외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최근 교섭단체도 해체되고 말았다.
한편 이날 임기를 마친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빛의 속도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온 과정이었다”며 “평화당의 새 지도부에 용기를 달라”고 말했다. 그는 “(옛 국민의당의) 보수 야합을 단호히 거부하는 결기와 호남정신과 진보적 가치를 지키려는 의기가 평화당을 낳았다”며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다당제의 대의가 평화당을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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