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이모 단독판사는 지난 2월 캐나다 교민 A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계좌이체·환전 과정에서 은행 직원의 실수로 4,7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판사는 “은행 직원의 실수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지난해 2월 경력법관으로 임용됐다. 변호사 시절 하나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하나은행 측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행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이 사건당사자의 대리인을 맡았으면 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사의 소송 배당 과정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5월 해당 사건을 민사 단독재판부 가운데 한 곳에 배당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며칠 뒤 이 판사에게 재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고(高)분쟁성 사건’으로 분류돼 전담 단독판사인 이 판사에게 재배당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4월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김명수 대법원장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게 진정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해당 판사가 법관에 임용되기 전 대리했던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거나 이에 부수하는 절차가 아니어서 제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사소송법이 2002년 1월 판사의 제척 사유에 ‘법관이 사건당사자의 대리인이었던 때’를 반영해 개정된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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