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른 BMW 화재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 리콜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해 이달 중 법령 개정 등과 관련한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고의적·악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제조사가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 리콜 결정 및 이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종합적인 리콜 제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자동차의 결함에 대해 제작사가 신속한 원인 규명과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검토되는 이유는 리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BMW는 리콜 결정 전까지 정부의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성능시험대행자가 자동차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직접 제작 결함을 조사하고 사고 차량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자동차 회사에 대해 리콜과 관련한 자료 제출 기준 및 부실자료를 제출 시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결함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매출의 1%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규정은 있지만 결함 은폐 등에 대해서는 벌칙이나 처벌은 가능하되 과징금 부과는 근거가 부족한 실태다.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인력을 현재 13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35명으로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조사 분석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미흡해 이번 BMW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단기간 실효성 있는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국토부는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사관의 연간 조사 건수는 0.4건인데 비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1.4건으로 3배에 달한다.
국토부는 BMW 사태와 관련해서 화재 원인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계와 연구원 및 시민단체 전문가 10인 내외로 민관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논란이 된 지난 4월 환경부 리콜과 관련해서 이번 화재와 상관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BMW는 4월 이번에 문제가 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부품 결함을 이유로 환경부 승인을 받아 5만5,000대에 대한 리콜을 시행했으나 리콜 과정에 대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내부의 심도 있는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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