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산정기준이 없어 ‘돈 잔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대학 입학전형료를 학생·학부모가 클릭 한 번으로 지출 내역까지 비교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입학전형료를 비교해 공개함으로써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학전형료를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대학별 입학전형료 수입·지출 내역을 세부 항목별로 통합 관리하는 ‘대입전형료 관리프로그램’ 도입을 결정하고 구축 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각 대학은 대학알리미에서 입학전형료 수입·지출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만 산출 근거 없이 총액만 공개할 뿐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이 명확한 근거 없이 입학전형료를 받아 쌈짓돈처럼 활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에 도입되는 시스템은 현재 개정을 앞둔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정한 산정기준에 근거해 모든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렇게 입력된 정보는 대입전형 종합시스템을 거쳐 매년 8월께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된다. 관심 있는 대학들을 지정해 항목별로 비교 확인할 수도 있다. 전국 대학 공시 자료를 공개하는 대학알리미와의 연계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새로 바뀌는 전형료의 산정기준에 따라 각 대학이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 자녀가 다니거나 지망하는 대학의 전형료가 다른 대학에 비해 어느 수준인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대학 입학전형료 관리프로그램은 기존 대학입학전형 종합지원시스템에 편입돼 운영된다. 각 대학은 매 학년도 입학전형료 수입과 지출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자료는 지출 가능한 12개 세부 항목별로 세세하게 입력해야 한다. 수입은 모집 시기, 전형 유형별로 구분하고 면제감면액과 환불액까지 포함해야 한다. 대입전형료 관리시스템은 2019학년도 입학전형료 수입·지출 내역부터 입력되고 내년 8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당국이 대학의 ‘곳간’을 열어 공개하는 이유는 자발적인 전형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전형료 통계를 비교·분석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원가 책정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수험생·학부모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입학전형료의 투명한 관리를 통해 과도한 지출 사례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립대학의 재정사항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정부의 간섭’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의 돈줄을 죄는 쪽으로만 정책이 집중되면 우리나라 대학의 세계 수준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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