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10년은 버틸 수 있다던 일본 조선산업이 한국·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대형조선소를 완전히 폐쇄하는 등 쇠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유수의 종합 중공업 업체인 IHI가 아이치현 지타시의 ‘아이치조선소’를 10일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치조선소는 지난 1970년대 중반 개설 당시 건조능력 기준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조선소, 히타치조선(JMU)의 아리아케조선소와 함께 일본 3대 조선소 중 하나로 꼽혔던 곳으로 일본 조선업을 상징해온 존재였다. 하지만 오랜 조선업 불황에 더해 한국·중국 경쟁사들의 공세에 밀리면서 2011년 마지막으로 선박을 건조한 후 지난 7년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아이치조선소는 그동안 터널 굴착기와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등을 제작하는 부업으로 불황을 간신히 버텨왔지만 끝내 조선소 유지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이번 폐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폐쇄 후 남아 있던 종업원 100여명은 항공 부문 등 다른 분야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일본의 유력 중공업 업체가 30만톤 이상의 대형유조선을 건조할 수 있는 대규모 조선소를 완전히 폐쇄하기는 처음”이라며 “이는 반전의 실마리를 잃은 일본 조선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조선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 글로벌 시장의 54%를 차지했던 일본의 조선 신규 수주는 지난해 7%까지 추락했다. 대신 기술력과 생산성을 높인 한국(43%)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35%)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 대형조선업체 관계자는 “조선시장이 최악의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다지만 일본 해운사들도 한국에 발주하는 상황에서 일본으로는 일감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신문은 “일본 중공업 업체들은 현재 선박 대신 항공기나 자동차부품 등 양산품 제조로 주력사업을 옮기고 있다”며 “IHI 역시 사이타마현에 200억엔(약 2,000억원)을 투입해 항공기 엔진 정비와 부품제조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영업이익의 80%를 항공기 엔진 관련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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