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급등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마스터플랜’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일대 재건축 사업도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서울시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뒤 지구단위계획을 만들고 이 틀에 맞춰 여의도 재건축 단지의 정비계획을 심의하려고 했다. 하지만 최상위계획인 마스터플랜이 전면 보류되면서 여의도 재건축 사업 진행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27일 “마스터플랜 보류에 대한 후속조치로 여의도 재건축 단지를 개별 심의할지 여부를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여의도 아파트 정비계획 수립은 당분간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12개다. 1971~1978년에 지어진 아파트들로 모두 재건축 연한을 채웠지만 아직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통과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공작아파트와 시범아파트가 지난 6월 서울시 도계위에 상정됐지만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이에 이들 단지들은 9월이나 늦어도 10월 중에 발표될 것으로 보였던 마스터플랜에 맞춰 정비계획을 다시 제출할 예정이었다. 서울시도 시범아파트 등 주요 단지 입주민 대표들을 만나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여의도 마스터플랜 추진과 발표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하기로 하면서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여의도 A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재건축을 빨리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서울시의 마스터플랜에 협력하기로 했는데 이제와서 전면 보류한다고 하니 화가 난다”며 “아파트 시설이 나빠 재건축을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의도 B 아파트 재건축 관계자도 “마스터플랜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다시 정비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었다”며 “박 시장이 갑자기 이를 보류하겠다고 밝혀 향후 사업 진행이 어떻게 될지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여의도와 달리 용산은 마스터플랜 보류와 상관없이 개별 민간 사업장의 정비사업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전날 여의도와 함께 용산 마스터플랜 추진도 보류한다고 밝혔지만 그 동안 용산 일대 정비사업장들은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한남 2구역은 최근까지 재정비촉진계획안 공람을 진행했고 동부이촌동 한강맨션·한강삼익은 지난달 서울시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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