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명의로 신도시 부동산을 사주고 싶었던 A씨는 억대의 증여세가 너무 아까웠다. 소득이 높지 않은 아들 명의로 부동산을 계약하면 자금 출처 조사를 받게 될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거액의 현금을 넘겨줄 수는 없었다. 현금 거래 내역이 고스란히 계좌에 남기 때문에 증여세 추징은 시간문제였던 탓이다.
고심 끝에 생각한 아이디어가 창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현금 입출금이었다. 자신 통장계좌에서 수차례 현금을 빼낸 뒤 아들 통장에 입금하면 ‘증여’ 사실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 은행을 수차례 방문해 실제로 ATM기기에서 돈을 ‘뺐다 입금했다’를 반복했다. 아들은 이렇게 받은 돈으로 10억원대의 신도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자(父子)의 ‘꼼수’는 국세청의 감시망을 뚫지 못했다. 그의 아들은 결국 수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국세청이 29일 공개한 탈세 사례를 보면 소득이 높지 않은 자녀를 위해 부모가 부동산 취득 자금을 증여한 사례가 대다수다. 호텔을 경영하는 자산가인 A씨는 눈여겨본 수도권 소재의 한 상가 건물을 아들 명의로 계약하면서 직접 매도자에게 현금으로 잔금을 치렀다. 이 역시 거래 기록이 남는 계좌 이체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결국 국세청에 적발, 억대의 증여세 신고 누락분을 추징당했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30대 초반의 한 ‘백수’는 서울 소재 아파트 2채를 32억원에 사들였다. 취득 자금은 사업을 경영하는 아버지로부터 받았지만 증여세는 내지 않은 것으로 국세청은 추정하고 있다.
직업이 없는 한 19세 미성년자는 아버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청약과열지역의 분양가 14억원 아파트에 당첨됐다가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법인 자금을 빼내 법인 대표와 배우자 공동명의로 23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사례, 다운계약·리모델링 등 가공경비 계상 사례도 조사 대상에 추가됐다. 한 기획부동산 업체는 법인 자금을 빼내 제삼자에게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내주고 소득 누락, 가공경비 계상 등 방법으로 서류상 폐업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증여세와 함께 기획부동산 업체 소득 누락에 따른 법인세 수억원도 함께 추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보 수집·분석을 통해 자금 원천이 불투명한 사례 등 탈세 혐의가 발견되면 신속한 세무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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