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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성행경 사회부 차장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감독의 ‘리바이어던’은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던 한 소시민 가장이 부패하고 포악한 권력의 힘에 짓이겨져 몰락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러시아의 한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아내·아들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온 콜랴는 자신의 집을 철거하고 그곳에 호화 별장을 지으려는 부패한 시장에게 맞서 소송을 벌인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경찰·교회를 수족처럼 부리는 시장에 의해 결국 집이 수용당하고 급기야 아내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콜랴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쓰고 징역 15년형에 처해진다.

토머스 홉스가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는 사회를 통치하고 인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그린 국가 권력은 영화에서처럼 때때로 포악한 괴물이 된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내를 보며 신을 향해 “왜 하필 접니까”라고 절규하는 콜랴가 우리 사회인들 왜 없겠는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파업 농성에 대한 경찰 진압을 ‘국가 폭력’으로 규정했다. 조사 결과 경찰의 쌍용차 강제 진압 작전의 최종 승인은 청와대에서 이뤄졌고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영포 라인’이었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동 담당 비서관과 개별 접촉해 작전 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청장은 그 공로로 이명박 정권에서 경찰청장까지 승진했다. 당시 진압 작전에는 대테러장비인 테이저건이 동원됐고 유독성 최루액도 20만ℓ 뿌려졌다. MB 정부와 경찰이 쌍용차 노조원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쌍용차 파업 후 30여명의 노조원과 그 가족들이 정리해고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가에 의한 폭력이 비단 쌍용차 사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크게 다친 용산 참사나 시위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도 공권력의 과잉 진압이 초래한 결과다. 경찰은 쌍용차 노조 파업이나 용산 철거민들의 점거, 농민 집회가 불법 행위였고 법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정당하게 집행한 것이라고 항변하겠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이 크게 후퇴한 보수 정권 9년 동안 국민의 안녕보다 정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복무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묻고 성찰해야 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나 그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 등 권고에 대해 취지를 존중하고 검토할 것”이라며 “유족과 협의해 만나 뵙고 사과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수사권 확대와 자치경찰제 도입을 앞두고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몽둥이’라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법치주의는 물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보루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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