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의 신사’라 불리며 1990년대 방송계를 평정했던 개그맨 겸 MC 주병진(사진)이 ‘오!캐롤’에서 허비 역을 맡아 데뷔 이래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했다.
최근 첫 공연을 마친 그는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캐롤’은 제 이야기입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연습을 수도 없이 했지만 너무나 떨려서 첫 공연 전에는 급기야 청심환을 먹었고, 제작진에게는 쓰러질지도 모르니 119를 대기하라고까지 부탁했다”는 뒷얘기도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뮤지컬은 평생 처음인데 제안이 왔을 때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뮤지컬이 높은 산인 줄은 알았지만 선뜻 결정한 것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실패로 끝날지 몰라도 최선을 다 하면, 단 한 번이었더라도 도전해 본 것에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59년 생으로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청춘’과 삶에 대한 치열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파라다이스 리조트가 배경인 이 작품에서 그는 리조트의 사장 에스더를 짝사랑하는 쇼 MC 허비 역을 맡았다. 그런데 주병진은 짝사랑하는 허비 역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성에 대한 짝사랑만이 아니라, 제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삶의 목표들 그리고 삶과 싸워왔고, 응어리졌던 것들, 후회되는 것들, 참아왔던 모든 것들이 응축되고 농축돼 이 작품에서 한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고 답했다. 이어 그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 삶의 이야기 만들기라고 생각했다”며 “드라마틱한 삶을 만들어 내기 위한 좋은 재료(뮤지컬)가 내 눈앞에 왔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늘 자신만만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좌중을 압도했던 그이지만 뮤지컬은 처음인 까닭에 그가 겪은 어려움과 두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연습하면서 ‘넘지 못하는 산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죠. 노래해야지, 춤춰야지, 연기 위치 찾아야지, 상대 배우와 호흡 맞춰야지…. 많은 것들을 복합적으로 해야 하다 보니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방송할 때는 내 ‘개인기’로 특색있게 하면 반응이 곧바로 왔는데, 뮤지컬은 관객들이 긴 호흡을 보시고 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무대이고, 뮤지컬은 최고의 예술 무대에요.”
그는 또 예능 프로그램 ‘연애의 맛’에 출연하지 않기로 한 속사정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연애의 맛’은 주병진을 비롯해 가수 김민종, 배우 이필모 등이 그들이 꼽은 이상형과 연애를 하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었다. “저는 트라우마가 있어요.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서 저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부풀려지고, 그들의 상상에 의해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는 사람은 인도에서도 가슴이 덜컹하죠.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떠도는 걸 원치 않고, 근원을 없애자라는 생각에서, 방송 출연도 자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캐롤’을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오!캐롤’은 힐링 뮤지컬이에요. 연습을 하면서 하루하루 저도 힐링되거든요”라며 밝게 웃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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