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평당 1억원짜리 아파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도 3.3㎡당 1억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거래가 체결됐다. 반포뿐만 아니라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신현대,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등 강남권의 주요 아파트 단지들도 잇달아 최고가 거래 기록을 경신하면서 시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신고가 행진은 정부가 추가 규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8월에 나타난 현상이다.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에다 매수자들의 문의가 다소 뜸해졌지만 현지 중개업소와 전문가들은 ‘강남 불패’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전용면적 107㎡(공급면적 32평) 매물들이 지난 4일 34억원, 9일 37억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원이 넘는 가격이다. 3주구에 속하는 전용 72㎡(22평) 매물도 27일 2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주공1단지는 신반포로를 사이에 두고 한강 변의 1·2·4주구와 3주구로 구분돼 별도로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1·2·4주구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서초구청에 신청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을 벗어났다. 이에 올해 전용 107㎡ 매물은 31억~34억원에 매매가 이뤄지다 최근 37억원으로 올라섰다.
반면 전용 72㎡ 타입으로만 구성된 3주구는 재초환을 적용받게 됐고 지난달 말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확정되기까지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 등 내홍을 겪었다. 올해 들어 5월까지는 18억~19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다가 7월 16억8,000만원에 나온 급매물들의 거래가 이뤄졌다. 8월에도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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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 래미안114공인 대표(서경 부동산 펠로)는 “반포주공1단지는 강남 저층 재건축단지로서의 희소가치와 재건축 후의 미래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며 “지금 3주구 매물을 20억원에 사더라도 인근 신축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84㎡(34평) 매물의 최근 시세가 30억원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10억원은 남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강남 지역에서도 신고가 기록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도 최근 구현대 2차 전용 160㎡는 35억8,000만원, 신현대 전용 107㎡는 25억9,000만원에 각각 최고가 거래 기록을 세웠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전용 84㎡가 지난달 18억3,000만원으로 최고가에 올라섰고 최근에는 호가가 최고 20억원까지 뛴 것으로 전해진다.
송파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지난주 말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최고가 거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말 16억원대에 거래됐던 리센츠 전용 84㎡ 매물은 25일 17억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전용 124㎡도 같은 날 최고가인 24억원에 매물이 팔렸다.
잠실동의 한 서경 부동산 펠로는 “워낙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매수세가 강하니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반포 아파트 시세가 최고 3.3㎡당 1억원에 이르렀다는 소식과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추진이 보류되면서 잠실 지역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중은행 관리지표로 도입하고 전세자금 및 임대사업자 대출 집중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강남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및 공인중개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고가의 강남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는 자산가들은 대부분 대출 의존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으로 시중 유동자금을 늘리면서 부동산 시장 규제에 나서는 것은 엇박자”라며 “유동자금 확대는 결국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산가들이 자산의 저장 수단으로 가치 하락의 우려가 적은 강남 아파트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훈·이재명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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