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베란다 난간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것처럼 행세하며 수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박모(36)씨가 범행 4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 3억9,000여만원을 받아낸 혐의(사기)로 투자자문회사 직원 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13년 10월 초순께 서울 강서구에 있는 직장 여자 후배의 집을 찾아갔다. 술을 마시다 헤어진 후배가 계속 연락을 받지 않자 집을 찾아간 그는 빌라 건물의 가스 배관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스 배관을 타고 들어간 집은 후배의 집이 아닌 그 옆집이었다. 집주인에게 발각된 박씨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렸고 요추(허리뼈) 3번과 골반, 우측 발꿈치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또 주거침입죄로 입건돼 처벌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를 받던 박씨는 이 일을 추락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기로 결심했다. 박씨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음에도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며 병원으로부터 두 다리가 마비됐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특히 그는 자신의 아내가 외과 의사임을 강조하며 담당 의사를 속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서를 받은 박씨는 2014년 5∼7월 억대 상해·후유장해보험금 등을 청구해 4개 보험사로부터 총 3억9,000만 원을 타냈다. 또 자신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사실이 드러날 경우 보험 면책 사유가 되기에 ‘친구 집 베란다 난간에 걸쳐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실수로 떨어졌다’고 보험사를 속였다. 펀드매니저였던 박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보험금 지급을 재촉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박씨의 범행은 지난해 박씨가 교통사고로 보험금을 받으면서 들통이 났다. 박씨의 보험기록을 살펴보던 보험사는 그가 2014년 하반신 마비를 이유로 보험금을 타낸 사실을 확인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올해 5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박씨가 재활병원에 입원한 동안 직접 승용차를 몰다 사고를 내거나 과속 단속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박씨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타낸 보험금을 대부분 생활비와 치료비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러졌다. 범행이 들통 나자 박씨는 보험금 전액을 보험사에 변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장해 여부 판단이 환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 정밀한 신체감정을 통해 진단서를 발급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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