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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구형도 신형도 잇단 불시착..헬기 보유 세계 4위지만 '속 빈 강정'

<53> 흔들리는 헬기 전력 

마린온 이어 코브라까지 사고로 중단

"후속 군수지원 무관심, 터질게 터져"

긴급대응 가능하지만 전력차질 불가피

UH-60 등 특정 기종 혹사 가능성에

한국형 LAH도 '수리온 판박이' 우려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등 도입 추진

수리온 헬기 편대가 육군의 강습대대를 싣고 사주경계태세를 유지하며 작전지역에 착륙하고 있다. 군의 작전 헬기 다수가 노후한 가운데 수송헬기의 주력으로 부상한 수리온 헬기의 운항 중단으로 작전 및 교육 훈련 차질, 대체 운항 기종의 혹사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국군의 헬기 전력이 흔들리고 있다. 잇따른 사고 탓이다. 인명피해를 낸 해병대 마린온 사고로 상륙기동헬기 전력화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육군도 마린온과 같은 기종인 수리온의 날개를 일단 접었다. 여기에 지난 30일 육군 코브라 공격헬기가 불시착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코브라 헬기도 사고원인을 밝힐 때까지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한국군이 본격적으로 헬기 전력을 육성하기 시작한 지난 1980년대 후반 이후 초유의 사태다.

◇ 노후·신형 가릴 것 없이 사고=최근 잇따라 발생한 헬기 사고는 최악의 조합으로 꼽힌다. 신형헬기인 수리온 계열은 기체결함 의혹 속에 조사를 받고 있다. 노후 기종인 코브라 헬기는 주요 국가에서 이미 도태시킨 노후장비다. 기존 헬기는 낡아서, 신형 헬기는 안전성을 자신할 수 없어서 못 날린다면 대안을 찾기 어렵다. 당초 계획과도 정반대다. 군은 국산 헬기들이 전력화되는 동안 노후 기종들이 버텨준다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될 것으로 여겼지만 둘 다 어긋났다. 낡은 버스를 잔뜩 가진 버스회사가 어렵사리 구매한 신형버스의 결함이 발견된 순간 낡은 버스까지 퍼져버린 꼴이다.

대전차미사일과 로켓탄 포드를 장착한 채 줄지어 이륙하는 한국 육군 AH-1F 편대. 육군이 보유한 항공 저지력의 실질적 주력이지만 부품 조달 애로 등으로 급격한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최근 발생한 불시착 사고의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운항이 중단됐다.


◇긴급대응 가능하지만 전력차질 심각=물론 조사 결과에 따라 결함이 보완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전력운용의 차질이 심각하다. 최근판 국방백서(2016년 발간본)에 따르면 육군이 보유한 헬기는 630여대. 군용헬기 보유 순위에서 미국(4,200여대)과 러시아(1,278대), 중국(760대)에 이어 세계 4위다. 일본(412대)보다 앞선다. 우리 육군이 북한(290여대)보다 수량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 부분이 바로 헬기다.

하지만 내역을 보면 노후헬기가 절반 이상이다. 1990년 이후 면허생산한 UH-60 112대와 1988년부터 중고를 재생한 CH-47 32대(일부는 신형기체), 2015년부터 도입한 AH-64 아파치 공격헬기 36대, 2012년 이후부터 생산된 수리온 헬기 76대, 1999년 독일에서 들여온 Bo-105 헬기 12대 등 268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령이 30년을 넘어섰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도 기체가 노후해 불안한 처지다. 실제 가동이 가능한 기체도 점점 줄어드는 판이다. 기령이 오래된 UH-1H나 AH-1도 그렇지만, 특히 1976년부터 국내에서 조립생산된 500 MD 헬기의 퇴역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수리온은 수송용 헬기 가운데 4분의1 정도(대수 기준)이나 기존 보유 헬기의 노후화를 감안하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보다 더 크다. 이런 헬기가 운항중단 상태다. AH-1F 코브라 헬기는 아파치 헬기가 들어오기까지 한국군 공격 헬기의 중핵이었다. 경공격 헬기를 빼고는 지금도 수적으로는 주력이지만 이번 사고로 운항이 중단됐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헬기가 상대적으로 신품인 1990년 도입 기체라는 점에서 1970년대 후반에 들여온 기체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탑헬리건’ 출신인 한 예비역은 “전력의 30% 정도는 차질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운항중단 사태가 전력약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군은 운항을 중단한 기종이라도 긴급작전대기 상태는 유지하고 있다. 유사시 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운항중단 기종 조종사들의 기량 유지를 위해 시뮬레이터 활용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정비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최소한 교육훈련이나 합동작전 능력 배양 등은 평시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정 기종 피로도 누적 우려=보이지 않는 손실도 있다. 특정 기종이 혹사당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수송용 헬기의 경우 UH-60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UH-1H는 낡아서 불안하므로 당연한 선택이지만 하는 일이 많아지면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지사. 육군은 최근 의무후송헬기의 기체마저 탑승 군의관 부인들의 탄원을 존중해 수리온에서 UH-60으로 바꿨다. 수리온 의무후송 헬기에 장착된 의무 장비와 기자재를 떼어 UH-60에 붙인 것이다. 가장 신뢰성 있는 기종일수록 혹사당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코브라 헬기의 운항 중단으로 500MD 헬기의 퇴역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형 소형무장격헬기(LAH)는 이상 없을까=군은 노후한 코브라 헬기와 500MD를 대체할 한국형 LAH를 개발하고 있다. 조립에 들어간 시제 1호기가 내년 말 초도 비행할 예정이다. 민수용 버전은 최근 유럽에서 시험비행을 했으니 지금까지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500MD보다 확실하게 크고 성능도 월등하며 코브라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인 LAH가 계획대로 212대 생산, 배치된다면 군의 헬기 전력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해병대가 쓸 상륙용 공격헬기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LAH는 사업의 성격이나 기술제휴선이 수리온의 판박이다. 투입 예산이나 개발기간이 수리온 사업보다 적고 짧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터질 게 터졌다’ 교훈 삼아야=최근 사태를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코브라 헬기 사고의 경우 군이 후속 군수지원에 너무 무관심했기에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비역은 “미국이 코브라 헬기를 도태시키면서 보유 부품을 헐값으로 넘기겠다고 제의했으나 놓치고 이스라엘의 비슷한 제의도 거부한 적이 있다”며 “당장은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댔으나 기본적으로 수량만 채웠지 후속 군수지원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면서 미사일 등 무장은 절반만 들여온 게 대표적인 사례”라며 “최근에는 개선됐지만 얼마 전까지 부품 이력관리도 제대로 안 됐다”고 덧붙였다. 후속 군수지원 부실화 문제는 재연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전투부대 우선’이 강조돼 군수와 병참 부분은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MV-22 오스프리. 고정익기와 회전익의 장점을 합친 신개념 수송수단으로 많은 병력을 고속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미군에 널리 보급됐으며 수록기동단(해병대)를 창설한 일본이 도입 운용 중이다. 대당 가격이 최소한 700억원 이상에 달한다.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 아랍에미레이트 등과 함께 잠재적 도입국으로 손꼽힌다./사진=위키미디어


◇오스프리 도입 등 대책 급부상=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헬기 전력을 개편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몇 가지 주춤했던 사업들을 대신할 신규 사업으로 헬기와 고정익기의 장점을 혼합한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치 헬기가 대폭 추가 도입되는 것이나 UH-60 개량사업, 미국 정부가 난색을 표명한 특수전용 치누크 헬기 도입 대신 오스프리와 치누크 헬기 최신형 도입을 추진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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