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안보가 몹시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후반 인도네시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과 관련해 연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경제와 안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가고 있지는 않는지 두려움이 앞선다.
먼저 경제정책을 보자. 성장과 양극화 해소는 시대의 큰 두 과제다. 저출산으로 지난해 생산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합계출산율이 1 미만으로 추락하면서 성장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주력산업들이 저마다 휘청대고 있다. 실업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은 중요하다. 성장의 토대 위에서 양극화는 조절해가며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소득주도성장론의 함정에 빠져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분배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을 분배정책이라 하면 성장에 장애가 될 경우 속도 조절이 가능한데 성장정책이라 고집하니 물러날 수가 없다. 이를 분배정책이라 하면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성장의 주체인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논의할 수 있고 혁신성장도 제 역할을 찾아갈 수 있다.
시장을 무시하며 적폐 몰이 하듯 무리하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좌파정부의 고질병이다. 세수를 늘려 사회복지에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부담하게 하는 정책은 굉장히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최저임금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다룬다. 기업체의 사정이 대도시와 소도시가 다르고 규모와 업종에 따라서도 달라 차별화해야 하는데 획일적으로 하다 보니 탈이 난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함께하면서 기업환경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급격한 임금 인상 부담에 공급량 축소가 겹쳤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초과수당을 받아 생활을 유지해왔는데 받지 못하게 됐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람을 줄이면서 양극화를 되레 부추기게 됐다.
부동산정책은 경제정책 실정에 결정타를 날렸다. 시장원리·수요공급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야 했는데 강남 잡기,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의 공급은 정체되고 전국의 자금은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서울, 그중에도 강남으로 몰리다 보니 강남을 중심으로 가격 폭등이 초래됐다. 지방은 오히려 하락하는 와중이라 자산의 양극화를 부추겼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을 건드릴 때는 굉장히 정치하게 하고 반응을 보며 조절해야 했는데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레임덕이 오기 전 초기에 뭔가 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너무 급격히 강하게 밀어붙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제정책 실정과 함께 우려를 낳고 있는 다른 한 분야는 안보다. 안보정책은 한 번 무너지면 대책이 없다. 실험할 수 없는 분야다. 실패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다리를 두들겨가며 건너듯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에 안달이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핵화 문제는 더 절실한 당사자인 우리의 문제인데도 미북 문제인 듯 여긴다. 북한은 이러한 남한과 중국을 활용해 시간을 끌고 살라미 전술을 펴며 핵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우려된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1년 내에 하겠다던 비핵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내로 늦춰졌고 그마저도 개념이 다르다. 이쪽에서는 완전한 비핵화(CVID나 PVID)를 이야기하지만 북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동일한지에 대해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다. 결국 미국에 미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핵확산 방지 차원의 굳건한 약속 정도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정부는 최근 북핵 60% 폐기가 1차 목표라고 밝혔는데 설마 그 정도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아예 핵 있는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핵이란 40%든 20%든 우리에게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한 방이면 끝난다.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판문점 선언에서도 연내에 하겠다고 응한 종전선언도 적지 않은 문제를 가졌다. 종전선언은 유엔군 해체와 직결돼 있고 한미동맹 약화를 초래한다. 설사 한다고 해도 북한은 동족상잔을 초래한 남침에 대해 사과할 자세를 갖췄는지 궁금하다. 운동권을 중심으로 북침 논란이 있었지만 2차 대전 후 비밀문서 공개로 남침으로 결론 난 문제다. 북한의 헌법 위에 있는 노동당 규약의 전문에 있는 남조선혁명전략·적화혁명노선을 삭제하는 것도 종전선언에 앞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상대편을 죽이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싸움을 끝낼 수 있겠는가.
자유시장을 무시하는 정책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그러면 보수정부 시절에도 완화됐던 양극화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북한에 핵이 있는 평화 공존을 추구할 것인가. 국민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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