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13일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정책금리)인 1주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7.75%에서 24%로 6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측한 인상 폭을 대폭 뛰어넘는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달 터키의 기준금리는 21%(중간값 기준)로 예상됐다.
앞서 전문가들은 리라화 방어와 물가 관리를 위해 500bps 이상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면서도 금리 인상을 꺼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경제관에 따라 인상 폭이 필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통화정책위원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 “높은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중앙은행을 압박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올 들어 40% 가까이 추락하자 금융 당국이 강력한 긴축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17.90%까지 치솟고 3개월째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물가 안정을 목표로 모든 가용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추가 긴축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발표 직후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한때 5% 이상 상승했다. 팀 애시 블루베이애셋매니지먼트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박에도 터키 중앙은행이 담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시장의 신뢰를 재건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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