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개인에 대한 세금 감면을 영구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시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세제개편 법안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된 방안을 영구화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혜택이 주로 부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의회 처리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의 세제개편 2.0’ 법안 패키지를 찬성 21명, 반대 15명으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 패키지는 다음달 1일까지 하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세제개편안 2.0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일자리 법안’ 가운데 오는 2025년까지 한시 적용되는 개인소득세와 상속세 관련 규정들을 영구 조항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법안은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고 상속세 공제 금액을 기존 560만 달러에서 1,120만 달러로 2배 늘렸으나, 따로 시한을 두지 않은 법인세 감면과 달리 2025년을 시한으로 정했다.
이날 하원 세입위에서 통과된 법안 패키지에는 은퇴나 교육 관련 저축에 관한 세금 규정을 유연하게 바꾸고, 스타트업 기업들에 더 큰 세금우대를 제공하는 법안들도 포함돼 있다.
개인에 대한 감세를 영구화하는 공화당의 입법 드라이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승부수로 분석된다. 실제 미 퀴니피액 대학의 금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에 38% 대 52%로 크게 뒤져 있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세제개편안 2.0 법안이 경제 모멘텀을 살리고 150만 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보수 싱크탱크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보고서를 인용해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감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민주당은 이 법안이 주로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재정적자를 확대하며, 노인 사회복지를 약화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강력 반발했다.
실제로 미 조세정책센터(TPC)는 세제개편안 2.0이 중산층보다 부유층 가정에 훨씬 더 큰 세금감면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TPC 분석 결과 상위 1%의 부유층 납세자는 이 법안으로 평균 4만 달러의 감세 효과를 보는 반면, 중위 소득 20%의 납세자의 세제 혜택은 평균 980달러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자비용을 고려할 때 세제개편안 2.0으로 1조9,000억 달러의 추가 재정적자가 생길 것으로 추산했고, 조세재단은 향후 10년간 2조4,0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세제개편 2.0 패키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는 곧바로 폐기되거나, 최소 올해 안에는 법안을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점쳤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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