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장에 이어 전세시장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공급물량 증가와 지역 경기 위축 등이 겹치면서 지방 주택 전셋값이 1년 여 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서울은 하락에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지방 아파트 전세가는 0.19% 하락했다. 1년 전 보합(0.00%)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큰 수준인 데다 지난해 11월(-0.03%)부터 11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서울 전셋값은 올 상반기 하락에서 하반기에는 소폭이나마 상승 폭을 키워가고 있다.
지방의 전셋값 하락은 늘어나는 입주물량 압박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6년 17만 1,232가구였던 지방의 입주물량은 지난해 21만 1,498가구까지 증가한 데 이어 올해 22만 5,106가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청주, 천안 등 일부 지역은 공급량 증가로 전세가 하락 폭이 크다. 청주 청원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올 하반기 1,000가구에서 2,000가구 수준의 대형 단지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서 공급량 압박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체결된 흥덕구 B단지 전용 84㎡의 전세 가격 1억 6,000만 원은 올 1월 1억 8,500만 원보다 2,000여 만원 떨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업 등의 침체로 지역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전세가를 떨어 뜨리는 요인이다.
물론 서울도 공급량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2만 7,802가구였던 서울 입주물량은 올해 3만 6,247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지방과 달리 서울은 공급량이 늘어도 이에 못지않게 수요가 유입되는 탓에 전셋값을 안정적으로 떠받친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데다 직장 등과 가깝거나 교통 및 주거 여건이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도 꾸준해 전세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약 1만 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올 연말 예정돼 역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기우’에 불과한 모습이다. 가락동 R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셋값이 올 상반기 5억 원 선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최고 8억 원까지 올랐다”면서 “9·13 대책에서 2년 거주 요건이 강화돼 전세 놓으려다가 입주로 돌아선 집주인들이 적지 않아 앞으로 전세 물량이 적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무주택자들이 집값 조정 기대 심리에 전세시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어 서울은 전세가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지방은 현재로선 상승 반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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