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와 청문으로 점철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현안에 대한 질문이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교육·노동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가뭄에 콩 나듯 나온 현안 질문에 부처 간 이견이 있거나 기존 방침을 급작스럽게 뒤집는 답변을 내놓아 혼란 가중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대정부 질문이 정부 견제와 대안 제시 등의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예산 정보 공개 파문과 문재인 대통령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최근 3일간 진행된 대정부 질문을 집어삼켰다. 때문에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현안 질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허용’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한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성, 바닥까지 치닫은 학생부종합전형 신뢰도 등 무수한 현안 문제에 대한 질의는 나오지조차 않았다.
일부 현안에 대한 질의와 답변은 이뤄지긴 했지만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 다소 엇갈리는 듯한 입장을 밝히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은 더욱 가열될 양상이다. 교육부가 정책숙려제를 거쳐 연내 결정하겠다고 했던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허용 여부와 대해서는 유 부총리가 ‘놀이 중심의 영어 교육’을 허용하겠다고 즉답해 현장은 물론 교육부 관계자들조차도 당혹케 했다.
국회는 이번 대정부 질문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데는 대체로 인식을 같이한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정부 질문은 본래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의원이 정부 책임자를 불러내 질의응답을 주고 받음으로써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문제점이 있다면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며 “이번 대정부 질문은 의혹 제기만 지루하게 반복된 아수라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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